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여부를 놓고 갈라지던 새누리당 비주류를 다시 ‘9일 탄핵 표결’로 이끈 것은 역대 최대 규모의 촛불 민심인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는 박 대통령과의 회동도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탄핵 가결을 위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정국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다. 당초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을 처음 추진했을 때 약 40여명의 의원들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다고 밝히며 힘을 보탰지만 박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제3차 담화문 이후 불씨가 급격하게 꺼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이 내년 4월 말 퇴진을 밝히면 탄핵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주 내내 탄핵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휴대폰과 지역구 사무실 전화로 항의가 끊임없이 들어온데다 지난 3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깃발을 찢는 등 민심이 악화됐다. 특히 3일 전국적으로 역대 최대인 약 232만명 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며 탄핵 추진에 대한 민심이 재확인됐다.
이에 따라 비상시국회의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와 총회를 연이어 약 4시간에 걸쳐 진행한 끝에 9일 탄핵 표결에 동참하기로 입장을 확정했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총회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정치권의 논란과 상관없이 대통령은 즉시 퇴진하라는 국민의 뜻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국민의 분노는 청와대를 넘어 국회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금은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받들고 국민이 조속하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또 박 대통령과 비주류 의원들과의 면담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청와대에서 (면담) 요청이 없었고 대통령과 청와대로부터 면담 요청이 와도 현재로서 이 만남은 적절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탄핵 추진 여부를 두고 진통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에 앞서 90여분간 진행된 대표자·실무자 연석회의에서도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연석회의가 끝난 뒤 김무성 전 대표는 “우파 분열을 막을 노력을 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며 탄핵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비박계가 탄핵 동참으로 입장을 바꿨냐는 질문에 “(기자가) 생각하는 것이 크게 틀리지 않다”며 이견을 보였다.
총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일단 오는 7일 박 대통령의 퇴진 관련 입장을 들어본 뒤 결정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다수의 의원들이 대통령의 입장과 관련 없이 탄핵에 참여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영우 의원은 회의 중간에 나와 기자들과 만나 “헌법 정신과 3권분립 정신에 따라 탄핵에 참여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를 했다”며 “7일 (대통령의) 입장을 들어보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꽤 나왔다”고 전했다.
최종적으로 탄핵 표결에 참여하기로 결론 나면서 탄핵 통과에는 파란불이 켜졌다. 황 의원은 탄핵 가결 정족수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회의에 온 분 29명이 동참하기로 했고 그 외 많은 분이 참석을 안 했기 때문에 탄핵 가결 정족수는 충분히 채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