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비박vs친박', 드디어 시작된 '그들만의 전쟁'

친박“김무성, 유승민은 중대 해당 행위자”

비박“친박계, 국민에 저항…당에는 자해 행위”

서로에 대한 거친 비판으로 당내 주도권 잡으려 해

국민들 "수습보단 '밥그릇'싸움, 보기 싫다"

‘탄핵 정국’, 시작된 새누리당 내부 분열./연합뉴스‘탄핵 정국’, 시작된 새누리당 내부 분열./연합뉴스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자중지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의 언행에 대해 ‘해당 행위’로 규정하며 공격의 수위를 강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론은 무시한 채 당내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싸움이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태흠, 정우택, 이장우 등 새누리당 친박 의원 51명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심야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태흠, 정우택, 이장우 등 새누리당 친박 의원 51명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심야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문은 친박계 측에서 열었다. 친박계는 11일 밤, 긴급 심야회동을 열고 새누리당 친박계 현역 의원만 50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공식모임을 만들기로 하고 비박계인 김무성·유승민 의원과 결별을 선언했다. 이는 비박계 회의체인 ‘비상시국위원회’에 맞불을 놓는 모임을 결성하고 비박계와 ‘분당’을 불사한 일전을 치르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친박계는 모임 이름을 ‘혁신과 통합 연합’으로 정했으며, 13일 오후 3시 출범식을 열어 공식 발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임의 공동대표는 원내 몫으로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원외 몫으로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상북도 지사로 결정했다. 친박계 민경욱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혁신과통합연합은 분열된 보수 세력의 통합과 혁신을 위해 힘을 합쳐나가기로 했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 사태로 향도를 잃은 보수의 대통합을 위한 모든 세력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친박계의 공격에 비박계는 거센 비판으로 ‘맞불’에 나섰다. 새누리당 비박계 중심의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9일 탄핵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았다”며 “국민들로부터 거부당하고 당내에서도 지도력을 상실한 친박 지도부의 거취 문제가 중요하게 논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황 의원은 “그분들이 무슨 것을 혁신하겠다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통합을 하겠다는 것 더더욱이 이해가 안 된다”며 “반혁신, 반통합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노선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겉으로만 그렇게 얘기한다고 그래서 국민이 납득하겠나?”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결국 황 의원은 ‘혁신과 통합 연합’ 자체에 명분이 없다고 평가절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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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이와 더불어 비박계는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총회를 열고 ‘친박 8적’을 공개해 공식적인 이들의 탈당을 요구했다. ‘친박 8적’에 포함된 의원들은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김진태 의원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은 “친박계의 심야회동은 국민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심을 거스르고 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자해 행위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이장우 최고위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비주류계 의원들을 맹비난하고 있다. 왼쪽은 이정현 대표. /연합뉴스새누리당 이장우 최고위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비주류계 의원들을 맹비난하고 있다. 왼쪽은 이정현 대표. /연합뉴스


비박계의 ‘친박 8적’ 발표에 대해 친박계는 곧바로 ‘발끈’했다. 12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은 “당을 편가르기 하고 분열시키고 당을 파괴한 주동자가 있는 비상시국위원회가 지도부를 보고 즉각 퇴진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박근혜 정권의 피해자인척 코스프레하는 배신과 배반의 아이콘인 김무성, 유승민은 한마디로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은 김무성과 유승민의 검은 속내를 다 알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이제 이 두 분과 함께할 수 없다. 그동안 해당행위를 일삼고 당을 편가르고 분열시키고 파괴한 김무성과 유승민은 스스로 이 당에서 나가 이제 본인들의 길을 가길 바란다”고 두 사람의 탈당을 촉구했다.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이런 ‘내분’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이해인(27)씨는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를 하고 있어도 모자란 판에 저렇게 당내 이권 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이 우습다”며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몫을 챙기려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지자인 김형자(62)씨는 “안정이 필요한 이 시점에 저렇게 서로 싸우는 것을 보고 더 정치에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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