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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갤러리] 전가영 '꿈 사냥꾼'

전가영 ‘꿈 사냥꾼’ 종이 가변설치, 2016년작 /사진제공=롯데갤러리전가영 ‘꿈 사냥꾼’ 종이 가변설치, 2016년작 /사진제공=롯데갤러리


원(圓)들의 중심은 동일하다. 단지 중심으로부터의 거리가 제각각이고 그로 인해 원의 크기가 다를 뿐이다. 종이로 접은 동심원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그러나 어디서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시점과 관점에 따라 같은 대상을 두고 전혀 다른 장면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 전가영(38)은 무언가 적히고 그려지길 기다리던 종이를 피어나는 꽃처럼 꿈틀대는 생명체로 바꿔놓았다. 따지고 보면 미술의 역사는 2차원 평면에 3차원 입체를 욱여넣고자 한 고뇌의 발전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르네상스의 화가들이 투시도법을 사용해 잡힐 듯 생생한 그림을 그린 것이나 루치오 폰타나(1899~1968)가 캔버스를 찢고 구멍을 뚫은 것도 평면과 공간감의 싸움이었다. 작가는 종이를 접음으로써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고, 여기다 시간과 공간의 ‘동시성’을 구현하고자 했다. “1920년대 바우하우스의 곡선 종이 접기 연구에는 평면의 동심원을 안과 밖으로 번갈아 접기를 끝내면 3차원의 형태로 변모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 형태는 마치 여러 공간을 넘나드는 시간의 속성과 닮아 있다.” 동심원의 종이를 비틀고 붙여 만든 작품은 유려한 형태에 화사한 색감이 더해져 더없이 아름답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니, 뫼비우스의 띠처럼 생각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애비뉴엘 전층에서 내년 1월9일까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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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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