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의 ‘신형 E클래스’를 사기 위해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시장을 방문한 직장인 A씨는 판매사원에게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벤츠 코리아 소속 금융사인 벤츠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의 상품을 이용하면 현금 150만원을 더 할인해준다는 것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할부 상품을 15일 이상 유지하란 것이었다. A씨는 시중은행의 할부 상품을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추가 할인을 위해 수입차의 할부 상품을 이용했다. 문제는 A씨의 신용등급이 일정 부분 하락했다는 점이다. A씨는 “할인을 더 해준다고만 했지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며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것을 알았다면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자사 금융상품 이용을 권유하면서도 신용등급 하락 등 제반 사항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불완전판매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 정부 당국이 지난 5월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도산대로에 위치한 수입차 브랜드 3곳에 구매 관련 상담을 유선으로 받아보니 추가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안내를 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보통 금융사를 함께 운영한다. 금융사는 수입차 브랜드 본사가 지분 100%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영업이익에 따른 배당이 본사 몫이 되는 것이다. 수입차 국내 법인이 자사 금융사를 이용을 권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벤츠 코리아의 금융사인 벤츠 파이낸셜은 다임러AG가 60%, 벤츠 아시아가 20% 등 80%가 벤츠 본사와 관련 있다. 수입차 국내 법인들은 딜러사에 일정 실적 이상의 자사 금융사 상품을 이용할 것을 목표로 내걸고 이를 달성하면 가산점을 줘 인기 신차를 좀 더 배정하는 등의 영업도 하고 있다. 현금으로 살때 보다 할부, 리스가 더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츠 파이낸셜의 영업이익은 올해 3·4분기까지 40% 가량 늘었다.
문제는 수입차 업체들의 이런 영업방식으로 개인들이 피해를 본다는 점이다. 할부금융으로 신차를 사면 경우에 따라 약 0.2등급가량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개인 신용등급은 신용도에 따라 1∼10등급으로 나뉘는데 통상 4등급 이하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다.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대출 금리가 오를 수 있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은 연말까지 신차를 할부로 사더라도 신용등급이 떨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작업은 은행별로 다른 상황으로 인해 아직 개선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본사의 이익을 위한 판매 방식으로 애꿎은 개인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