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최순실, 아내는 박근혜, 사촌은 문고리 3인방’ .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박근혜 게이트는 이들의 관계를 남편, 아내 등 가족으로 봐야 풀린다는 이야기가 검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두 달여 수사를 통해 밝혀낸 것은 청와대가 하나의 ‘가족기업’처럼 폐쇄적으로 운영됐다는 것이다. 12일 수사내용을 살펴본 검찰 내부에서는 “‘지시하는 가부장적 남편’(최순실), ‘아내’(박근혜), ‘사촌’(문고리 3인방) 사이로 보아야 길게는 40여 년, 짧게는 20년 가까이 이어진 이들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고 한겨레가 13일 보도했다.
일명 ‘가족기업’과도 같은 청와대의 의사 결정 체계에서 ‘사촌격’인 문고리 3인방을 거치지 않고서는 대통령 참모들의 박 대통령 대면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다고 한다. 특히 정호성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동시에 ‘서면보고’하는 한편, 최씨의 ‘지시’를 다시 박 대통령에게 전달해왔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지시한’ 최종 결정 사항들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전화’로 다시 지시했다. ‘왕수석’이었던 안 전 수석마저 대통령을 마주한 상태에서 지시를 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안 전 수석은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도 모른 채 박 대통령 지시를 받아 적기에 바빴다고 한다. 꼼꼼하기로 알려진 안 전 수석의 필기메모는 무려 수첩 17권(510쪽 분량)이나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최씨, ‘문고리 3인방’이 쌓은 성은 이처럼 공고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조차도 ‘문고리 3인방’을 존중하고 그들과 협력하는 관계인 덕분에 권력의 지분을 나눠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도 “재산마저도 집단 운영해온 공동운명체”라는 시각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접근해야 여러 실타래를 풀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어 ‘문고리 3인방’이 이너서클에 끼워주며 ‘문지방’을 넘게 해준 이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사실상 유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이 어려울 때 우 전 수석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생존기간’이 길어진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