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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당신’ 김윤석, “멜로라기 보다는...절절하게 나를 던져 넣은 영화”

김윤석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이 겨울에 필요한 영화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가 출연했던 영화 중에 해피엔딩이 없어요. 곧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이 영화 만큼은 따뜻함을 선물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수선한 시국으로 몸도 마음도 지친 분들이 많으실텐데 ‘아직은 삶이 아름답구나,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영화였음 해요.“

김윤석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감정적으로 끌린 작품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배우 김윤석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배우 김윤석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의 동명의 베스트 셀러 소설을 전세계 최초로 스크린에 옮긴 이번 영화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게 된 남자가 30년 전의 자신과 만나 평생 후회하고 있던 과거의 한 사건을 바꾸려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기에 3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 넘어 과거의 자신을 만나고 후회했던 순간들을 돌이키려는 현재 수현(김윤석 분)의 이야기는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그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며, 소중했던 그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2인 1역 ‘수현’이란 인물을 보여주기 위해 김윤석과 변요한이 나섰다. 김윤석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30년 전 과거의 자신을 만나 고군분투를 하게 된다.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영화로 보기도 하지만, 사실상 이번 영화는 중년 남자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에 가깝다.

“흔히 타임슬립 영화라고 하면, CG(컴퓨터그래픽)를 많이 사용하는데 저희 작품은 특별한 CG 사용 없이 현실적으로 그려냈어요. 홍 감독님의 의도 역시 ‘타임슬립’을 특별히 생각하기 보다는 ‘이 상황에 집중만 하자’였어요. 저 역시 거기에 동의했구요.”

배우 김윤석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배우 김윤석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홍지영 감독을 ‘거인’이라고 불렀다. ”고 전한 김윤석은 “기욤 뮈소의 소설을 베이스로 홍 감독이 각색한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가 탄탄한 점”이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기-승-전-결이 적절하게 배분이 잘 된 작품이랄까요. 어떤 작품은 기-승 쪽이 워낙 좋고, 또 어떤 작품은 후반 위기-절정 쪽이 좋은데 이 영화는 무엇보다 기-승-전-결까지 배분이 잘 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나리오 쪽에 집착을 오래하는 편인 저에게도 마무리가 명쾌하게 와 닿았어요.”

변요한 배우가 ‘남녀의 로맨스’ 쪽을 빛나게 한다면, 김윤석 배우는 ‘부모 자식간의 정’을 디테일하게 살려낸다. 그래서 그럴까. 김윤석은 “이번 영화는 따지고 보면, 멜로 영화라기 보다는 한 남자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 속에는 사랑, 우정, 부모 자식간의 정 모두가 들어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선 ‘중년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녹아있다.

김윤석은 “나이가 드니 점점 눈물도 많아지고 센치해진다”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더니, 곧 “누군가를 그렇게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게 현실에선 힘들 수 있어요. 그런 감정을 가지고 빠져든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 될 정도로요. 저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절절하게 나를 던져 넣었어요. 거기에 대한 판단은 관객분들이 해주시겠죠.”

영화 속에선 묘하게 닮은 김윤석과 변요한의 폭 넓은 결을 만날 수 있다. 눈, 코, 입 하나 하나의 생김새는 다를지 몰라도 외로워 보이는 뒷모습과 성큼 성큼 걷는 뒷모습에는 비슷한 에너지가 흐른다.

2인 1역을 소화해내는 배우 김윤석(왼쪽)과 변요한/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2인 1역을 소화해내는 배우 김윤석(왼쪽)과 변요한/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속에서 김윤석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영화 속에서 김윤석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2인 1역을 해야 해서 비슷한 점을 찾아내기도 했냐? 고 물어보시기도 하던데, 특별히 닮은 모양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물론 서로의 모습을 훔쳐본 건 분명 있어요. 요한군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요.

그 친구와 비슷한 점은 한 자리에 가만 있지 않고, 자꾸 현장을 배회하는 점이요. 에너지를 유지하고 돌아다니는 습성이 있는데 요한 군도 그런 걸 보고 비슷하구나! 생각했어요. 또 한 가지는 아직 담배를 끊지 못했다는 점이요.(웃음)“


추가로 김윤석은 ‘습관적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는 변요한 배우의 모습을 따라 하려고 했다는 일화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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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군이 앞 머리를 자꾸 쓸어올리는 습관이 있어요. 그렇게 올린 머리를 조금 뒤엔 ‘탁’ 털어요. (현장에서 직접 시연을 해서 보여줬다.) 제가 그걸 캐치하고 실제 촬영장에서 그걸 한번 했어요. 책상에 앉아 뭘 쓰면서 고민하는 장면인데, 그 포즈를 취했더니 감독님이 하지 말라고 하시던걸요. 사실 우리 두 사람은 영화 전개상 닮아야 한다기 보다는, 시간이 흐른 만큼 달라야 한다는 게 점도 염두하고 있어야 했어요.”

1988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연극 무대에 서며 배우로 데뷔한 그는 1994년 영화 ‘어린연인’으로 영화계에 입문, 이후 ‘파랑주의보’ ‘천하장사 마돈나’ ‘타짜’ ‘추격자’ ‘거북이 달린다’ ‘황해’ ‘완득이’ ‘도둑들’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충무로의 흥행킹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타짜‘의 아귀 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그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는 ’강하고 센 배우‘로 알려졌다.

김윤석은 “이게 모두 IPTV 때문”이라고 대번에 받아쳤다. “저녁에 TV를 보다 보면, ‘황해’랑 ‘타짜’를 수백번을 틀어주던 걸요. 그럼 전 오! 또 한다. 그래서 바로 채널을 확 돌려버려요.(웃음)”

“전 따뜻한 역이다. 센 역이다, 혹은 착한 역이다. 악역이다의 구분 없이 드라마를 믿는 편이에요. 역할 자체가 유니크하고 상황 자체가 특별히 세면 그걸 대중들은 기억하기도 해요. 배우가 먼저 보이냐. 배역이 먼저 보이냐 역시 동전의 양면인 것 같아요. 2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은 게 배우의 욕심이겠지만,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게 보고 있어요.

저는 작품이 좋고, 시나리오가 좋고 제가 하지 않으면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하면 해 왔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좋은 작품은 소신껏 하고 싶어요.“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 등 굵직한 뮤지컬 및 연극을 거쳐온 베테랑 연기파 배우인 그는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뮤지컬 ‘의형제’를 아내와 함께 공연했던 시절로 회상했다.

“제 아내를 뮤지컬 ‘의형제’ 공연을 하면서 만났어요. 대학로에 위치한 극장 학전 블루에서 했었는데, 당시 극장 구조가 관객석 뒤에서 무대를 볼 수 있는 구조였어요. 제 아내가 엄마 역할이고 제가 장남 역할이었는데, 아내가 슬픈 감정을 잘 살려내면서 노래 역시 너무 잘 부르더라구요. 그때 그 장면을 보고 반했던 것 같아요. 첫사랑 이야기하면, 집에 들어가서 혼나기 때문에 아내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웃음)”

배우 김윤석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배우 김윤석이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30년 가까이 배우 생활을 흔들림 없이 이어 온 그의 에너지 원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이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큰 딸과 초등학교 5학년 딸 이야기가 나오면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딸 바보였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가족 여행을 떠난다는 그는 “온 식구가 같이 자고, 하루 세끼를 같이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시간 속에 가족간의 정이 새록 새록 깊어지는 것.

최근에 그의 ‘행복 일기장’에 한 줄을 추가한 이 역시 딸이다. 휴대폰을 직접 꺼내 보내 준 딸의 ‘돌’ 그림(크기와 모양별로 혹은 세월의 흔적별로 다양한 크기의 돌이 겹쳐있었다)은 처음 보는 이들도 계속 쳐다보게 할 정도로 스토리가 담겨 있음은 물론 상당히 철학적이었다.

“저희 큰 딸이 그림을 그려왔어요. 언뜻 보면 그냥 ‘돌’ 그림인데, 너무 마음에 들어 저 역시 깜짝 놀랐어요. 여기에 있는 각자 돌들은 수천년의 시간이 흘러서 이 모양이 됐을텐데... 그걸 보면서 전 제 가족이 생각났어요. 그 그림을 보고 딸한테 너무 고마웠어요.”

딸의 미술 재능은 아빠 김윤석에게 물려받았다. 그는 “그림에 대한 재능은 어렸을 때 만화를 그린 게 다인걸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그림에 대한 재능을 이어간 게 하정우이고 지금은 안 그려요. 아이들이 그려달라고 하면 겨우 그리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연기파 배우인 김윤석의 연기 내공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한 가지 안 알려진 게 있다면, 언어에 대한 감각이 그 누구보다 뛰어난 배우라는 점.

이번 영화에서는 캄보디아어를 완벽하게 구사했으며, 나홍진 감독의 영화 ’황해‘에선 조선족 언어를 우리말처럼 소화해냈다.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 에선 억양까지 완벽한 중국어를 선보였다. 영화 ‘춘몽’의 재중동포 출신 장률 감독 도 인정한 조선족 사투리 연기의 최고봉이 바로 그다. 그는 배우의 ‘피나는 노력’ 만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게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장률 감독님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내가 아는 한국 사람 중 조선족 말을 가장 완벽하게 하는 배우이다’ 며 칭찬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네 감독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모릅니다.’고 말하며 웃었던 기억이 나요. 영어로 대사를 하면 잘하는지 못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리는데, 다른 나라 언어는 잘 모르시던걸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역이요? 절대 안 할 겁니다. 하하하.”

한편, 14일 개봉한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김윤석, 변요한, 채서진 등이 가세했고 ’결혼전야‘ ’키친‘의 홍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윤석은 차기작인 황동혁 감독의 ‘남한산성’ 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배우 이병헌, 박해일, 고수, 박희순 등이 함께 출연한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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