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LG화학이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기록적인 호황기임에도 버릴 것은 버리고 고부가 화학제품과 배터리·바이오 같은 신사업 위주로 회사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행보다.
14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른바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활법의 지원을 받기 위해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사업재편 계획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산업부는 오는 20일 제5차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를 열고 LG화학을 포함해 신청기업 5곳에 대한 심사를 단행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신청기업 대부분이 산업부의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심사를 받는 5군데를 더하면 기활법 신청 기업은 총 15곳(대기업 5곳)으로 늘어난다. 기활법이 지난 8월 발효된 이래 법 적용 대상이 된 국내 대기업은 한화케미칼·하이스틸·현대제철·유니드 등이다.
LG화학의 이번 기활법 신청은 제도적 지원으로 한결 원활한 사업재편을 추진하기 위한 행보다. LG화학은 내년 상반기까지 전남 여수 공장에 있는 폴리스티렌(PS) 생산라인 2개 중 하나를 고부가합성수지(ABS) 생산용으로 전환한다고 10월16일 밝혔다. 정부가 지목한 석유화학 업계 공급과잉 제품인 PS의 국내 생산량을 연간 10만톤에서 5만톤으로 줄이는 대신 자동차·정보기술(IT)용 고급소재로 각광받는 ABS는 3만톤 늘려 연간 88만톤을 국내에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LG화학이 기활법 적용 대상에 들면 PS 설비나 공장 부지를 매각할 때 발생할 수익에 대해 과세이연 같은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LG화학은 기활법을 근거로 원료를 수입할 때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산업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하면 가산점도 얻는다.
LG화학은 올해 전 세계 석유화학 시장 호황 덕분에 1조9,000억원이 넘는 연간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LG화학은 범용화학 제품을 줄이고 차별화된 고부가 제품의 비중을 늘리는 구조 재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범용 제품은 당장은 시황이 좋아 짭짤한 수익을 내지만 중국 등과의 경쟁 때문에 언제 골칫덩이로 바뀔지 모른다”며 “LG화학의 선제적 구조재편은 시황이 고꾸라질 때 빛을 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중국 톈진의 폴리염화비닐(PVC) 공장을 인근 보하이 공장과 통폐합했다. 또 충북 오창 공장 내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생산설비도 일본 도레이그룹에 매각했다. 올해 2월에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42억달러(약 4조6,800억원) 규모의 카자흐스탄 석유화학 복합단지 투자계획도 접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8월 기자와 만나 “경쟁력을 위해 언제든 해외법인을 통폐합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올 들어 LG화학은 구조재편과 함께 신성장엔진을 키우기 위한 증설과 인수합병(M&A)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올 4월에는 약 4,245억원에 팜한농을 인수하며 바이오농업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이어 9월에는 LG생명과학을 합병하며 바이오의약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이밖에 LG화학은 약 4,000억원을 들여 고부가 소재인 엘라스토머의 생산량을 2018년까지 연산 29만톤으로 3배 이상 키우는 증설작업에도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