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분할 자사주 의결권 제한 - 반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자사주=자산' 상법 규정과 모순

대기업이 기업분할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이용해 총수의 기업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정치권이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 상법상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그러나 회사를 두 개로 쪼갤 경우 사실상 의결권이 부활해 대기업 총수가 자금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지분을 늘릴 수 있어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으로 불린다. 야권을 중심으로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회사 분할시 자사주 취득을 제한하고 반드시 자사주를 미리 소각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사주 의결권 제한에 찬성하는 측은 부당한 지배력 강화를 막음으로써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의결권 제한이 자사주는 회사 자산이며 자사주가 회사를 떠나는 순간 다른 보통주와 같아진다는 것을 부정하는 모순된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자사주 취득을 제한하고 일정 기간 보유한 주식을 강제로 소각하며 회사 분할시 자사주 소각, 자사주에 신주배정 금지 등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했다. 한마디로 아주 한심한 법안들이다.


이 법안들은 취득한 자사주는 소각돼야 마땅하고 취득한 자사주의 재활용은 불가하며 필요하면 취득해 소각한 자사주만큼의 신주를 발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취득한 자사주의 재활용은 불가하므로 회사 분할 시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금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된다. 이러한 주장은 자사주 취득을 자산으로 보는 우리나라 상법의 기조를 모르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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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를 인식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미발행주식으로 보는 것(미발행주식설)이며 다른 하나는 자산으로 보는 것(자산설)이다.

미국의 일부 주 회사법과 일본 회사법은 자사주 취득을 미발행주식으로 본다. 반면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법들인 델라웨어주 회사법(제160조(b))과 뉴욕주 회사법(제151조(c))은 자기주식을 자산(금고주)으로 본다. 우리 상법은 자산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느 것을 취하는가는 정책문제다. 예컨대 한국에서는 주식배당을 이익배당의 일종으로 본다. 미국에서는 주식배당을 배당으로 보지 않고 주식의 분할로 본다. 주식배당을 배당으로 처리한다고 해서, 또는 주식의 분할로 처리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없다. 그 나라의 실정에 맞는 정책을 채택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자기주식의 취득을 자산의 취득으로 보고 세법에서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인식해 양도차액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자사주를 미발행주식으로 보는 입법례에서는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주주의 신주인수권이란 회사가 신주를 발행할 때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비례해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일부 주 회사법과 일본 회사법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신주발행시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누구에게든 회사에 가장 이익이 되는 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면 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상법은 주주의 기득권 보호 차원에서 신주인수권을 철저하게 보호하며(상법 제418조), 전환사채 발행의 경우에도 같다. 만약 우리나라가 자산설을 버리고 미발행주식설에 따라 입법한다면 주주의 신주인수권제도를 폐지해야 할 것이다. 주주의 신주인수권제도는 인정하면서 취득한 자기주식은 미발행주식으로 처리해 소각하게 하는 것은 균형이 전혀 맞지 않는다.



법무부 상법개정위원회는 지난 2011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포이즌필제도(신주인수선택권제) 도입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내에서의 자기주식의 취득과 이사회 결의에 의한 처분이 비교적 자유롭게 인정된다는 점을 들어 포이즌필제도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는 포이즌필제가 인정돼 이것이 적대적 M&A 및 경영간섭에 대한 주요 방어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같은 방어수단은 인정하지 않은 탓에 유일한 방어수단이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이다. 자기주식의 취득은 회사가 투자할 자금으로써 취득하므로 투자가 위축되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의 가치가 떨어져 2중 손실의 위험마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고 재무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자기주식을 보유하는 것이다. 국가가 포이즌필과 같은 적절한 저비용 고효율의 방어수단을 일반 제도로 제공했더라면 각 기업이 고비용·비효율의 자기주식취득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무능과 잘못이 크다.

자사주라고 해서 특별한 종류의 주식이 아니다.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고팔면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가조작의 위험이 있다. 따라서 회사가 그 자기주식을 보유하는 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이익배당 등을 제한해 잠재적 상태로 둔다. 그 자기주식을 처분하면 잠재적 상태로 침잠해 있던 모든 권리가 부활된다. 회사 인적분할의 경우에도 분할회사가 가진 자기주식에 분할신설회사의 주식을 배정해야 한다. 이를 배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 배정하더라도 의결권 행사는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기주식이 그 회사를 떠나는 순간 보통의 다른 주식과 동일하게 된다는 것을 잊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의결권을 행사하면 지배주주의 자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을 우려한다. 이것은 회사가 가진 다른 회사의 주식은 모두 지배주주가 행사한다고 보는 것과 같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회사가 가진 다른 회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 여부는 그 회사의 이사회가 결정하는 것이지 지배주주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차단할 목적이라면 회사는 다른 회사의 주식, 자회사의 주식일지라도 가져서는 안 된다. 모두 지배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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