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삼성서울병원과 뇌종양 신약 개발에 관한 공동 연구를 시작하며 항암제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20년 이상 개발에 주력해온 뇌전증 등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와 함께 항암제 신약을 양 날개로 삼아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장기 포부다.
SK바이오팜은 15일 삼성서울병원과 뇌종양 신약 개발에 관한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서울 삼성서울병원 본관에서 열린 이날 협약식에서는 조대식 SK바이오팜 사장과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이 참석했다. 조 사장은 “이번 공동 연구는 SK바이오팜의 항암 사업 첫 진출이라는 의미를 가진다”며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신약 개발이라는 비전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SK바이오팜과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연구사업단은 기존 뇌종양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신규 약물을 앞으로 3년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뇌혈관막 투과율이 높은 화합물을 통해 뇌종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993년부터 중추신경계 분야에만 연구개발(R&D)을 집중해온 만큼 우수한 약효 평가 시스템을 갖춘 삼성서울병원과 협업을 통해 인접 연구분야인 뇌종양 항암제 개발에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권 병원장은 “삼성서울병원의 정밀의료 임상개발 시스템인 아바타스캔(환자 세포를 이용한 항암제 효능 검색 기술)을 활용해 신약 개발 성공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뇌종양 치료제의 시장 규모는 오는 2024년 33억달러(약 3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혁신 신약에 대한 시장 요구가 높은 분야다. SK바이오팜은 “임상시험이 성공할 경우 기술 수출이나 뇌종양 항암 진출 등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그동안 알츠하이머(치매)나 뇌전증·수면장애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에 집중해왔다. 해당 분야는 난치성 환자는 많지만 혁신적 효과를 내는 치료제는 별로 없어 신약만 개발할 수 있다면 성장성이 높은 분야다. 중추신경계 질환과 관련된 시장 규모는 2014년 810억달러로 추산돼 항암 분야와 더불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SK바이오팜이 뇌종양 항암 신약을 시작으로 1,070억달러(2005년 기준)에 이르는 항암제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다면 회사는 명실상부 글로벌 제약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지난해 통합지주사를 출범하며 바이오·제약 사업을 ‘5대 핵심 성장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국내 대부분 제약사들이 임상 1·2상 단계에서 신약 기술 수출을 목표로 하는 것에 반해 SK바이오팜은 글로벌 마케팅·판매까지 자체적으로 담당하는 종합제약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측은 내년 미국에서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뇌전증 신약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