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금리 0.25%P 인상] 美 경제 자신감에 트럼프 부양책 겹쳐...연준 매파 공격적 행보

연준, 내년 3회 추가 금리인상 예고

"고용·물가 상당한 진전"...장기금리도 3%로 높여잡아

실업률 등 경제지표 추가 호조땐 인상속도 빨라질 수도

올 4차례 올린다더니 '양치기 연준의 위협' 불신 여전

투자銀 "3차례 인상 어려워...다음은 내년 6월" 지적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4일(현지시간) 금리 인상은 지난해 말에 이어 정확히 1년 만이다. 지난 2008년 이후 유지하던 제로금리 시대를 끝낸 후에도 계속됐던 신중한 행보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사실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는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었다. 오히려 세계금융시장은 연준의 내년 금리 인상 전망에 더 주목했다. 향후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이날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관심 포인트였던 셈이다.

연준은 금리 조정의 양대 경제지표인 고용과 물가에 상당한 진전을 확인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부양책을 강조하며 숟가락을 얹자 내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장기금리도 처음으로 3%를 제시했다. 시장 예상을 깬 연준의 매파 행보가 금리 인상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은 1년 전 금리 인상의 첫발을 떼면서 올해 네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국의 고용 증가세가 지난 5월 쇼크 수준으로 둔화된 데 이어 6월 세계를 놀라게 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금리 인상을 계속 미뤄왔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미 고용 증가세가 안정적으로 지속되며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고 미미하던 물가 상승도 연준 목표치인 2%에 근접하자 12월 금리 인상은 확실시됐다. 11월 미 대선의 불확실성도 연준이 올 금리 인상의 막차를 타도록 한 요인으로 일찌감치 꼽혔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그러면서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9%로 상향하고 내년 성장률은 2.1%로 예상했다. 그는 연준의 양적완화에 이은 저금리 기조로 “고용 극대화와 물가안정이라는 양대 목표를 향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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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연준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내년 금리 인상의 대략적 계획인 ‘점도표’에 인상 전망 횟수를 9월 두 차례에서 이번에 세 차례로 상향하며 ‘매파적(hawkish)’ 성향을 보였다. 이와 함께 내년 말 금리 수준을 당초 1.125%에서 1.375%로 올렸으며 장기 정책금리는 2.875%에서 처음으로 3%로 높여 잡았다. 미국 일자리가 7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데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로 최근 유가도 급등하며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탓이다. 애런 콜리 BMO캐피털마켓 금리전략가는 “예상보다 조금 더 매파적”이라며 “연준 위원들이 단기 금리전망치를 다소 공격적으로 올렸다”고 평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인이 인프라 투자 확대와 법인세율 및 소득세율 인하 등 감세정책을 예고해 최근 미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인 것이 연준의 긴축 행보를 재촉했다고 옐런 의장도 인정했다. 그는 경제의 총수요를 늘려 고용 증대를 유도하는 ‘고압경제’에 대해 “일종의 실험으로 경제를 과열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이에 실업률 등 경제지표가 추가적으로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면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JP모건·씨티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어쨌든 올 한 해 ‘양치기 소년’처럼 시장에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연준의 위협을 곧장 수용하지는 않았다. 특히 기준금리에 민감한 채권시장 트레이더들은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여전히 두 차례만 반영하고 다음 금리 인상 시기는 내년 6월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확대정책이 미칠 영향을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힌 상황에서 실제 새 정부 정책이 빨라야 내년 4~5월께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앤드루 촐턴 슈로더 펀드매니저는 “연준이 내년 3월 정도로 초반에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금리 인상 횟수가 두 차례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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