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청년들의 ‘취농·창농’ 시대 열자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부·지자체 다양한 지원 속

작년 48만6,000명 귀농·귀촌

전통농업 고정관념서 벗어나

융복합 산업으로 인식 바꿔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몇 년 전부터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 보내는 ‘5도2촌’이 유행했다. 지금은 ‘5도2촌’을 넘어 ‘4도3촌’ 시대다. 주중 4일은 도시에서 생활하고 금토일 3일은 농촌에 머문다. 과거에는 도시와 농촌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최근에는 교통발달로 전국이 두 시간대로 좁혀졌다.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는 공간적·지리적 개념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귀농·귀촌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귀농·귀촌 인구는 48만6,000명에 달했다. 농어촌 전체 인구의 5%가 넘는다. 귀농·귀촌인들은 농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비농업 분야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아이디어를 농촌과 농업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들은 ‘농사’를 넘어 새로운 ‘농산업’을 추진하며 농촌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도시에서 얻은 ‘성공 DNA’를 농업에 접목한 것이다.


귀농·귀촌은 시대적인 흐름이다. 은퇴자에게는 제2의 인생을 펼 기회를, 청년에게는 유망한 미래산업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귀농·귀촌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막연히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귀농·귀촌은 취업이고 창업이다. 직장에 들어가거나 창업할 때 사전에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심리적으로도 철저히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5도2촌 개념이 성행했던 일본에서는 ‘농업 분야로 돌아간다’는 뜻의 ‘귀농(歸農)’이라는 말 대신 ‘농업 분야에 취업한다’는 ‘취농(就農)’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젊은 청년층을 농업으로 이끌어 고령화된 농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농업 분야에 새로 도전하는 45세 미만 국민에게 7년간 최대 1,050만엔(약 1억1,0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취농급부금 정책’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 정부도 유능한 청년인력을 농촌에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2017~2021년 5개년 종합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일자리·창업 지원을 통해 오는 2021년까지 청년귀농을 1만가구까지 확대하고 귀농·귀촌 가구의 평균 소득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자금과 주택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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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농업에 대한 인식전환이다. 농업 하면 농사 중심의 전통농업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농업은 단순한 먹거리 생산을 넘어 유통·가공·수출·의약·신소재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는 것은 물론 정보통신·생명공학 등 과학기술이 융복합된 최첨단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신산업’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귀농·귀촌은 도시를 떠나는 ‘탈(脫)도시’ 개념이 아니다. 도시의 실패자가 농촌으로 떠나는 것도 아니고 도시에서 성공했다고 반드시 농촌에서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도시와 농촌이 협업하고 상생하며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는 “자녀를 농부로 키운다면 그들 세대에서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억대 부농’으로 불리는 성공한 귀농인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70%가 40~50대였다. 청년들의 귀농·귀촌이 증가하면 정보기술(IT) 분야 벤처기업처럼 20~30대 억대 연봉 최고경영자(CEO)도 얼마든지 늘어날 것이다. 농업·농촌의 가능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귀농·귀촌을 넘어 ‘취농·창농’ 시대를 열자. 청년들이 써내려갈 대한민국의 새로운 ‘취농·창농’ 성공 스토리를 기대한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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