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해외칼럼] 美일자리 양극화와 트럼프 空約

사이먼 존슨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감세·규제완화 등 트럼프 정책

중산층 대신 부자들 배만 불려

FTA 파기·보호무역주의도

양질 일자리 만들어내지 못해

사이먼 존슨 MIT대 교수




오늘날 미국 사회의 핵심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반영하듯 세계화와 신기술이 만들어 낸 일자리 양극화에 직면한 미국인들이 불안과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소득분배의 최정점에 서 있는 고학력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좋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반면, 고졸 학력의 사람들은 수입과 생활 수준, 그리고 그들 자신과 후대의 미래 전망 역시 쪼그라드는 상황에 놓여 있다. 중산층은 갈가리 조각나 버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왕년의 러스트벨트인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과거 제조업이 발달했던 지역에서 자신의 공약이 더 나은 소득을 보장한다는 점을 설득한 덕분에 크게 이겼다. 그러나 사실 그의 행정부와 다수 의석이 공화당에 돌아간 미국 상·하원은 이 같은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일을 나쁘게 만들 일만 남은 듯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신기술 특히 정보기술(IT)이 일의 본질을 완전히 바꿔놓은 데 있다. 데이비드 오터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 등이 이미 지적했듯 중급 기술과 중급 소득, 그리고 중간계층의 일자리는 상당수 사라졌다. 새로 생긴 일자리는 고학력자에게는 고소득을, 고등학교까지만 졸업한 이들에게는 저임금을 지불한다. 다만 여기서 두드러진 경향은 고소득을 보장했던 공장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는 지난 1950년대부터 계속 줄어들었으며 이 분야의 고용은 2004년부터 2014년 사이 10년간 200만개 넘게 사라졌다.


이 같은 경향은 운송과 커뮤니케이션 비용 감소에서 오는 파급효과와 복합돼 있다. 공급자들의 넓어진 네트워크는 제조활동을 저임금이 가능한 해외 지역에서 펼칠 수 있도록 했다. 다수의 미국 회사들은 해외 진출을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만들었으며 그 결과 미 제조업은 노조와 함께 퇴보의 길을 걷게 됐다. 비교적 높은 임금과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노동조합원의 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은 대부분 동일한 수준의 복리후생 없이 이전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자리에 재취업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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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는 소득 불평등과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 상실이 촉진한 경제적 불안정성을 더욱 키웠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 전망에 대해 자신이 없는 이런 상황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음치가 부르는 노래와 유사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TPP가 좋은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어 낼 것이며 실직자들은 결과적으로 보상받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보상은 언제나 최소한으로 이뤄지며 전체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는 의미 없는 수치다. 그것이 바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전에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절대 다수로부터 점수를 따낼 수 있었던 이유다.

불행하게도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이들의 삶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대통령과 의회를 모두 손에 넣은 공화당은 세 가지 주된 경제 공약을 추구하려 할 것이다. 개인과 법인에 대한 감세는 부자 미국인들을 주로 도울 것이다. ‘오바마 레거시’로 불리는 의료보장제도(헬스케어)의 개정은 저소득층이 적절한 보험을 적용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되는 등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융규제 완화는 덩치 큰 글로벌 은행의 배를 불려줄 것이며 고위험 투자에 대한 선을 없애 또 다른 대규모 경제위기의 빌미를 만든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시한 대립적 무역정책도 고용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 것이다. 동시에 경제에 대한 어떤 효과적 자극도 그 영향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경기를 과열시키는 것은 저소득층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주된 공약은 중산층, 특히 제조업 분야의 중산층을 되살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책, 더 넓게는 공화당의 경제고용 프로그램 가운데 기술 변화에 초점을 맞춘 대응은 없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신기술의 흐름이 상품을 배달하고 승객을 운송하는 이들의 수입에 부정적이고도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임에도 말이다. 이에 더해 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과 로봇의 활용은 비록 트럼프가 미국 내 제조업의 부활을 이끌어낸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어느 곳에서도 과거처럼 중급 기술을 갖춘 이들을 아우르지 못할 것이다.

노동자의 이동과 배치에 있어 기술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자유무역협정(FTA)의 파기와 중국과 멕시코 등 저임금 국가 생산품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 등으로 대변되는 보호무역주의는 제조업 분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되찾게 할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에게는 플랜 B가 없다. 미국의 양극화는 트럼프에게 힘을 부여했으며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고 있다.

사이먼 존슨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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