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월 100만원도 못 쓰는 가구 7년만에 최대라는데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비절벽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4분기에 월평균 100만원도 못 쓰는 가구 비율이 13.01%로 2009년 3·4분기(14.04%)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 지출 200만~300만원대 가구 비율도 28%대로 주저앉는 등 최상위소득층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민이 갈수록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셈이다.


가계지출이 급격히 쪼그라드는 것은 수입규모가 줄어든데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지갑을 꽁꽁 닫고 있기 때문이다. 3·4분기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4분기 연속으로 줄어들면서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먹고 입는 것마저 줄이는 판국이다. 더욱이 미국발 금리 인상에다 최순실 사태까지 겹쳐 연말특수가 아예 실종됐다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마당에 기업들까지 내년에 긴축경영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걱정을 키운다. 경영자총협회가 25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49.5%가 정치불안과 소비위축을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고 임금도 삭감하겠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가계소비 위축이 기업투자 감소를 불러오고 우리 경제 전반을 얼어붙게 하는 악순환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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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나빠지면 피해는 서민층에 집중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온통 탄핵에만 정신이 팔려 서민들의 생활고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창궐하는데도 컨트롤타워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정부라도 중심을 잡고 서민가계의 소비 여력을 확충할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국민이 움츠러들지 않도록 소비심리를 되살리면서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보전해주는 세심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구조개편을 통해 신성장산업의 돌파구를 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여야는 정파를 떠나 고된 민생을 챙겨주는 경제 활성화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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