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사상최악 AI 사태] 확대일로 '계란 대란'...유통 이어 식품도 초비상

대형마트 사상초유 판매 제한

제빵·제과업체들 비상근무체제

SPC 한달새 계란확보 20% 감소

롯데제과 등 전란액 수입 검토

일부 음식점선 계란메뉴 제외도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로 잇따라 계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계란 대란’이 유통 업계를 넘어 식품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는 사상 초유의 계란 판매 제한에 나섰고 제빵·제과 업계는 사실상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일부 시중 음식점들은 계란 수급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계란이 들어가는 메뉴 판매를 당분간 중단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0일 롯데마트는 AI 사태로 계란 수급이 차질을 빚자 고객 1인당 계란 구입 한도를 제한하고 추가로 가격을 12.2% 인상했다. 이번 조치는 30알들이 한 판 제품에만 적용되며 주력 제품인 ‘롯데마트 행복생생란(특대) 한판’의 가격이 6,500원에서 7,290원으로 올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AI 확산으로 사진의 계란 공급량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불가피하게 구입 한도를 제한하게 됐다”며 “아직 다른 제품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지만 워낙 산지 농가의 피해가 극심해 예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마트도 아직 구입 한도를 제한하지는 않고 있지만 추가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평균 10% 계란 가격을 올렸고 홈플러스도 세 차례의 인상을 통해 평균 16% 계란 값이 뛰었다. 주요 점포에서는 오후만 되면 계란이 동나는 사재기 현상까지 잇따르고 있어 조만간 모든 대형마트가 판매 제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식품 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베이커리 전문점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최근 한 달 새 계란유통 전문 자회사 에그팜을 통해 거래하던 양계 농가의 계란 공급량이 20%가량 줄었다. 전국 산지를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물량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AI가 전국으로 번져 산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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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도 계란 수급에 제동이 걸리자 산지 농가를 수소문하며 물량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하지만 베이커리 업계 최대 대목인 성탄절을 앞두고 AI 사태가 발생해 당분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연말까지는 겨우 물량을 확보했는데 내년으로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맹점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영점보다 가맹점에 제빵용 계란인 액란을 우선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과 업계도 아직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계란 대란의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제과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계란을 사용한 제품이 많은 롯데제과·해태제과·오리온 등은 주원료인 전란액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계란 가격이 지금 추세대로 오르면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올해 이미 한 차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계란이 들어간 메뉴를 없애거나 식재료에서 제외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명동에서 프랜차이즈 김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이번주부터 당분간 계란말이 김밥의 판매를 중단하고 일반 김밥에도 계란을 빼고 원가가 더 비싼 참치나 고기로 대체하라는 지침이 본사로부터 내려왔다”며 “안 그래도 매출이 예년만 못한데 손님이 더 줄어들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고객이 뚜레쥬르 매장에서 빵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을 비롯한 제빵업계는 최근 AI 파동으로 계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제공=뚜레쥬르 페이스북한 고객이 뚜레쥬르 매장에서 빵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을 비롯한 제빵업계는 최근 AI 파동으로 계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제공=뚜레쥬르 페이스북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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