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소설 속에 나타난 인물과 배경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짚어보는 책이다. 한국 근대소설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부단히 발전해 왔다. 이 작품들에서 당대 지식인 예술가들은 자신이 살아온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이야기’로 기록했다. 저자는 민족 해방과 대한민국 건국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마다 출판된 대표 소설을 좇아가며 ‘한국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예컨대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로 알려진 황순원의 ‘소나기’를 통해 책은 전쟁이 끝나갈 무렵 도시 부르주아의 몰락을 발견한다. 저자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쓴 어린 남녀 간의 풋사랑’으로 이 작품을 해석해온 국문학계를 비판하며 책의 출간 시기가 ‘전쟁이 끝나갈 무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소나기를 맞은 뒤 시름시름 앓다 약 한 번 못 쓴 채 스러져간 소녀의 죽음은 그간 ‘개화’, ‘계몽’으로 이끌어온 도시 부르주아가 일상적 소나기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나약해져 사라져버렸음을 반영한다는 이야기다. 1979년 출간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대해서는 ‘1970년대 말에 이르러 한국인들이 권력의 속성을 알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자신은 ‘은혜를 베푸는 존재’로 군림하면서 폭력은 다른 아이들에게 행사토록 했던 ‘엄석대’라는 인물을 통해 ‘각종 기술을 활용해 혜택을 베풂으로써 피지배자의 동이를 끌어내는 자본주의 권력의 폭력’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범선의 ‘오발탄’, 최인훈의 ‘광장’, 김동리의 ‘등신불’, 최인호의 ‘바보들의 행진’, 황석영의 ‘장길산’,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양귀자의 ‘천 년의 사랑’, 공지영의 ‘고등어’ 등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만나 본 문학 작품과 시대를 풍미한 베스트셀러를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볼 수 있는 책이다. 2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