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장에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23일 내정했다. 비박계와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두고 갈등을 거듭하다 비박계가 집단 탈당을 결정하자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인명진 내정자는 위원장직을 수락하자마자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한 한편 개헌 추진 의지도 드러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혁명적 수준의 새누리당 혁신을 통해 혁신과 대통합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이룰 비대위원장으로 인명진 전 당 윤리위원장을 모시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을 진정으로 혁신할 수 있는 비대위원장 선정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발언한 지 30분 만에 ‘깜짝 발표’를 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해 오는 29~30일 중 전국위원회를 소집하는 한편 올해 말 안에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비대위 출범 전까지는 당 개혁의 기초작업을 진행할 ‘재창당 추진 혁신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비대위원장 인선을 예상보다 빨리 진행한 것은 비박계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가 보수세력뿐만 아니라 중도층의 지지율까지 흡수할 수 있는 넓은 지지범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친박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이미지가 추락한 상태다.
특히 당내 중도파 의원들의 연쇄 탈당을 막으려면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 탈당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라며 “지금은 (탈당) 최소화 노력을 하는데 인명진 목사님을 비대위원장으로 결정하면 최소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3시에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인 내정자도 작심한 듯 쇄신 방향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잘하는 정당이 되도록 무슨 일이든 하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개헌은 꼭 추진해야 할 촛불 민심의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개헌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개헌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이완영 의원을 거론하며 “이 의원은 국조특위 위원 활동을 하기 부적합하다”며 “윤리위에 회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 내정자는 지난 2006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으로 영입됐을 당시 성추문 등 문제 행위를 한 인사들을 가차 없이 윤리위에 회부해 ‘한나라당의 저승사자’라고 불렸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꾸준히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와 ‘반(反)박근혜’ 인사로 꼽히기도 한다.
새누리당은 ‘개혁 보수’로의 외연 확장을 위해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당정 회의를 통해 집권여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모습이다. 이날 ‘긴급 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회의’를 갖고 내년 2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정부에 요청하는 한편 △계란 수급 안정 대처 △전통시장 상가권리금 보장 △4대 서민정책 자금 2조 3,000억원 추가지원 등의 민생 대책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