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외환시장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가 이어지면서 외환시장이 충격에 빠졌던 올해 초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미국과 중국 간 보호무역 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유럽 은행 부실 문제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돈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악재가 수두룩하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유럽 재정위기 당시 수준인 1,250원을 뚫고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 인상에 나섰던 지난 2015년 12월. 금리 인상 이전 1,14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1,180원까지 올랐지만 다행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 이후 외환시장은 곧바로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올 초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 충격이 이어지면서 2월 원·달러 환율은 1,238원80전(2월 25일)까지 올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오름세는 올해 초보다 더 가파르다.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원·달러 환율은 8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1월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을 내놓을 경우 지난해와 달리 미국발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트럼플레이션’ 정책의 후폭풍도 문제다. 이미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준의 목표치(2.0%)에 근접하는 1.7%. 산유국의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투자를 위해 국채를 대량으로 찍어내기 시작하면 물가는 더 빠른 속도로 오를 수밖에 없다. 내년 금리를 3회 올리겠다는 연준 위원들의 점도표(dot plot)가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다.
강달러 외에도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많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내년 초 브렉시트 협상 전략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 3위 은행인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가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유럽 은행 부실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여기에 미중 간 무역분쟁이 격화되면 ‘차이나 리스크’도 다시 한번 부각될 수 있다. 이미 중국 내부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국가무역위원장에 내정하면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내년 상반기 1,250원을 뚫고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250원대였던 적은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졌던 2010년 6월 이후 없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내년 1·4분기 기저효과 때문에 물가상승 압력이 피크일 텐데 원자재 가격 오름세로 물가가 오르고 금리 상승세가 보다 가팔라지면서 달러화 강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며 “상반기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