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 실무자들은 최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만나 애널리스트가 작성하는 종목 리포트 상의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간 격차(괴리)를 줄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각 센터장에게 실제 주가보다 목표주가가 과도하게 높아 괴리율이 클 경우 해당 애널리스트에게 통지해 수정을 권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안은 목표주가에 ‘거품’이 끼면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특히 지난 9월 한미약품이 호재와 악재성 공시를 잇따라 한 뒤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괴리율이 커진 것이 도화선이 됐다.
한미약품은 9월 29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를 공시했고, 이튿날 아침 증권사들은 일제히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높게는 10% 이상 상향했다.
호재성 공시와 증권사 리포트를 본 투자자들은 앞다퉈 한미약품 주식을 사들였고 한미약품 주가는 9월30일 오전 9시 장 시작과 함께 전 거래일보다 5.48% 오른 65만4천원(장중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개장 30분 만에 베링거인겔하임과의 대규모 수출 계약 해지 공시가 나오면서 주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증권사들은 곧장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내렸지만 애먼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본 후였다.
한미약품 사태의 근본원인은 공시 제도의 허점 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 지적이지만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리포트를 작성할 때 상장회사, 기관투자자, 자산운용사 등의 눈치를 보는 환경 탓으로 보고 있다.
작년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펴낸 리포트 중 보유기업 주식을 팔 것을 권고하는 ‘매도’ 의견이 전체의 2.5%에 불과할 정도로 ‘매수’ 쏠림 현상이 심한 것도 눈치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해당 종목 리포트가 자취를 감추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진해운 종목 리포트는 지난 9월 이후 자취를 감췄고, 현대상선 리포트 역시 작년 12월 이후 사라졌다.
문제가 불거지기 직전까지도 애널리스트들은 매도 의견을 내기는커녕 일단 보유할 것을 권고하는 ‘중립’을 제시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당국, 금융투자협회,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로 구성된 4자간 협의체 회의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애널리스트가 독립성을 갖고 기업을 평가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