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옆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우리나라가 입는 경제적 피해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날아든 미세먼지, 철새로 인해 번진 조류인플루엔자(AI) 등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은 이미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매년 그 규모가 불어나는 실정이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중국발 ‘외부불경제’로 부담해야 하는 경제사회적 비용이 10조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불경제란 한 개인의 행동이 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손해를 입히는데도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는 우리나라에 심각한 외부불경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미세먼지 문제의 진단과 대응을 위한 공동 심포지엄’에서 배정환 전남대 교수와 조용성 고려대 교수는 전체 먼지와 미세먼지의 피해비용은 ㎏당 평균 2만6,837원이고 배출량을 고려한 전체 사회적 비용은 연간 11조8,03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측정되는 미세먼지의 30~60%가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날아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6월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특별대책’에는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기, 노후 경유차에서 신차로 갈아타는 소비자에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적용 등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대책이 없다. 중국 등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은 있지만 1년에 한두 번 형식적인 만남을 하는 것에 그쳐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사상 최대 피해로 번지고 있는 AI도 중국발 외부불경제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사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6일 현재 AI 여파로 도살처분됐거나 예정인 가금류 마릿수는 531농가, 2,613만마리에 이른다. 알을 낳는 산란계의 경우 전체 사육 규모의 26.9%에 해당하는 1,879마리가 도살돼 계란 가격이 폭등하는 등 농가는 물론 소비자 피해까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최대 1조4,770억원에 달하는 직간접적 경제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가금류 살처분에 따른 생산 감소와 정부의 자금지원, 사료·육가공·음식점업 위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매년 중국에서 감염된 철새가 국내로 이동하면서 AI 바이러스가 유입되고 있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역학조사위원장인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비위생적인 축산, 유통구조 등으로 AI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에 퍼져 있다”며 “우리는 AI가 발병하면 곧바로 국제사회에 보고하지만 중국은 우리가 보고한 후에야 알려서 우리나라가 특정 바이러스 발생국으로 낙인찍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AI 발병에 대해 집계조차 제대로 안 되고 국제사회 보고도 안이하게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이 성장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데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주체가 다양해 협상 대상을 중앙정부로 할지 지방정부로 할지도 애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양국 정부가 실시간으로 미세먼지나 철새에 관련한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도록 국제규범을 확립시켜나간다면 이에 대한 대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