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신생기업들은 왜 서서히 죽음을 맞을까?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6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신생 IT기업은 ‘빨리 실패’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창업자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초기 신생기업에 대한 기사를 매일 쓰다 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신생기업의 탄생을 목도하게 된다. 필자는 2012~2014년 징가 Zynga에서부터 집시 Zypsee에 이르기까지 약 488개의 다양한 신생기업에 대한 간략한 정보와 상세한 분석 보고서 등 관련 정보 기사를 작성해왔다. 이들 중 80~90%는 실패라는 암울한 결말을 맺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하지만 최근 필자의 적중률을 계산해 본 결과, 기업의 실질적인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신생기업이 천천히 침몰하고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행사는 없으니 말이다.


예상대로 필자가 취재한 신생 기업 중 대단한 성공을 거둔 기업은 드물었다. 하지만 엄청난 실패를 기록한 기업 역시 흔치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은 눈에 띄는 급성장이나 붕괴를 겪지 않았다(단, 팹닷컴 Fab.com은 예외였다). 그보다는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 머무르고 있었다. 웹사이트는 아직 살아있고, 앱 가동도 가능하지만, 자금을 유치한 지 오래된 곳이 많았다. 그런 곳은 트위터 계정이 휴면상태로 전환돼 있고, 신규 채용도 잠잠했다. 앱이 버그투성이여서 업데이트가 필요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일부 기업의 경우, 해고나 공동창업자의 퇴사 등 난관에 부딪혀있다. 또 일부는 단순히 성장 동력을 잃기도 했다(기술산업에선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 어느 사례에 속하든, 이들 기업은 탈출에 대한 희망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신생기업 연옥(startup purgatory)’에 갇혀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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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 산업에서 이런 상황은 심각한 문제다. 벤처기업은 훌륭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한번의 대규모 거래를 성사시켜 투자를 받기만 하면 된다. 실패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아니라, 벤처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의 슬로건 ‘빨리 실패하라’ 는 ‘성과가 없으면 더 이상 모두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말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생기업들은 왜 빨리 실패하는 데 실패하는 것일까? 우선 우리가 기술 거품 속에 있다면, 아직 거품 붕괴가 일어나지 않은 탓이다. 거품이 붕괴되면 신생기업의 생명선 역할을 하는 신규 자금원들은 재빨리 겁을 먹는다. 크라우드펀드, 헤지펀드, 뮤추얼 펀드에 투자하며 샤크 탱크 Shark Tank, 프로 운동선수, 샤키라 Shakira(심지어 세븐 일레븐과 인기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도 벤처 펀드를 조성했다)를 사랑하는 중년층 남성 투자자들 말이다.

하지만 이들 신생기업이 그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건 원활하게 투입되는 자금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 기업이 견딜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기업가정신에 집착하는 문화 속에서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창업자에 대한 미담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신생기업에 대한 미신은 ‘창립자들은 그들의 아이디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무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테크 영웅들의 여정은 보통 성공한 기업가들을 통해 회자된다. 따라서 네트워크, 타이밍, 상당한 행운 등 진정한 성공 요인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강인한 끈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 그만둬야 하는지 아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Erin Griffith

BY ERIN GRIFF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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