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빈집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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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일본은 ‘빈집 대국’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빈집 물건을 소개하고 집주인과 입주자 사이에 중개도 하는 ‘빈집 뱅크’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지자체들은 지역 내 빈집 정보를 모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다. 이주 희망자들이 어디서든 빈집 정보를 보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중앙정부까지 나섰다. 국토교통성은 내년에 정부 차원의 ‘빈집·빈 토지 뱅크’를 만들어 빈집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자체들이 개별 운영하는 것보다 일원화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만큼 빈집이 많은 탓이다. 지난 2013년 기준으로 일본 전체 주택 6,063만채 중 820만채(13.5%)가 빈집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단카이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사망률이 올라가는 오는 2020년부터는 매년 20만~30만채의 빈집이 나올 것이라는 추산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빈집이 2033년에는 전체의 30.5%, 2040년에는 4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전역의 주택 절반이 빈집이 된다는 뜻이다. 단순히 경관 악화와 범죄장소 악용 차원을 넘어 지방 황폐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빈집을 강제 철거할 수 있는 ‘빈집대책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전면시행에 들어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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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보다 낫기는 하지만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빈집이 100만채를 넘었다. 2000~2010년 빈집이 51만채에서 79만채로 10년 동안 28만채 늘어났지만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사이에는 이에 버금가는 25만채나 급증했다.

일본이 최근 빈집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이르면 내년 가을께부터 빈집에 들어가 살면 매월 최대 4만엔(41만원)의 보조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빈집의 집 주인이 집을 수리할 경우에도 최대 100만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빈집에 살면 돈까지 지원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본의 빈집 문제가 남의 얘기만은 아닌 듯싶다. /이용택 논설위원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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