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를 20여일 앞두고 미국의 현재 권력과 차기 정권 간 힘겨루기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8년 동안 쌓아온 자신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힘을 쏟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오바마의 그런 행보를 대놓고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1월20일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위협성 발언까지 내놓자 양측은 긴급통화로 잠시 갈등을 접었지만 양대 권력 간 지향점이 근본적으로 달라 충돌은 막판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이용해 오바마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동적인 발언과 걸림돌을 무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순조로운 정권 이양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오바마 대통령으로 인한 걸림돌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오바마 레거시(legacy·유산) 청산을 노골화하는 트럼프에게 오바마도 최근 날 선 반격을 감행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바마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관례상 불가한 3선에 (내가) 도전할 수 있었다면 트럼프를 누르고 승리했을 것”이라며 도발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석탄 등 에너지 개발 확대를 위해 환경규제를 대폭 철폐하겠다고 밝힌 트럼프 당선인에게 맞서 이날 유타주의 ‘베어스이어스’와 네바다주 ‘골드뷰트’를 국가 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에 환경보호주의자와 원주민들은 환호했지만 공화당은 보호구역 지정으로 석유 및 가스 개발에 제한이 생긴다며 반대해왔다. 앞서 미 내무부는 11월 초 알래스카 연안의 석유 시추를 금지하는 한편 옐로스톤 국립공원 외곽의 광산 개발을 막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을 바꾸기 어렵게 대못을 박기도 했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도 트럼프 지원사격에 동참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공화당이 새해 첫 주 하원에서 규제완화 관련 2개 법안을 발의해 처리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규제완화 법안들에는 오바마 행정부가 임기 막판에 발표한 각종 행정규제를 의회가 백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구권력 간 갈등이 첨예해지자 하와이와 플로리다에서 각각 휴가를 보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오후 전화통화를 계기로 일단 휴전상태에 돌입했다. 백악관은 두 사람의 통화에 대해 “긍정적이었으며 내년 1월 취임일까지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으며 트럼프 당선인은 정권인수 작업이 순조롭지 않다는 자신의 발언을 하루도 안 돼 “순조롭다”고 바꾸며 쓴웃음을 지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