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방송된 EBS1 ‘하나뿐인 지구’에서는 ‘지의류를 아십니까?’편이 전파를 탔다.
누구나 한 번쯤 나무껍질에 붙은 오돌토돌한 것을 보며 ‘나무가 썩었나 봐’ 라고 생각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의류를 자주 보았다. 그런데 무엇인지 몰라 무심히 지나쳤을 뿐이다.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지의류를 이끼 또는 버섯이라고도 부른다.
우리가 흔히 아는 석이버섯도 버섯이 아닌 지의류이다. 지의류는 두 개의 미생물 조류와 균류가 만나 하나의 지의체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균류는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지어 조류를 초대하고,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밥을 지어 균류에게 나누어준다. 이 둘의 관계는 천생연분 부부 같기도, 죽마고우 절친 같기도 하다.
이렇게 두 미생물은 험난한 자연 생태계 안에서 기막힌 생존 전략을 펼친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끝까지 살아내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우주에서도 적응하고 살아간다고 하니 수억 년 공생의 내공이 돋보인다.
충청남도 계룡산 국립공원. 오가는 등산객 중에 심상치 않은 중년 남성의 모습이 보인다. 돌과 나무껍질에 붙은 지의류를 이리저리 만지며 관찰하고 있는 그는 지의류 그림을 그리는 화가 김순선 씨.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지의류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지의류에 대한 애정이 특별한 만큼 사람들이 지의류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 김순선 씨의 말처럼 우리나라는 현재 지의류에 대해 굉장히 무지한 상태이다.
지의류 관찰만 수십 년을 해 온 문광희 박사는 우리가 지의류를 몰랐던 이유에 대해 단번에 ‘무관심’ 이라 답했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해도 지의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그 역사도 깊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의 주성분으로 사용되는 원료가 지의류라는 사실.
그뿐만 아니라 유럽과 북미에서는 염색원료로도 사용돼 특유의 색을 내어 옷, 가방, 커튼, 담요 등 형형색색의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화장품, 의약품의 성분으로도 그 가능성을 입증하며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지의류라는 거대한 판도라 상자를 아직 열어보지도 못한 상태이다.
지의류는 맑고 청정한 지역을 좋아한다. 특히나 청정의 섬 제주는 우리나라 지의류의 보고라 소개될 만큼 지의류가 절경의 군락을 이룬다. 그런데 지의류 전문가 문광희 박사는 안타까움을 호소하고 있다. 15년 넘게 제주도 지의류를 관찰해 해온 연구자로서 이전과 달라진 지의류 생태계가 몹시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유는 무분별한 관광지 개발에서 온 지의류 생태계 파괴. 극한의 환경도 적응해내는 생명력을 가졌지만 대기 중 물질을 모두 흡수하는 성질 때문에 대기의 질이 변화하는 대로 영향을 받게 된다. 더 이상 제주는 지의류의 보고라 말할 수 없을 만큼 그 생태계는 오염된 상태가 되었다. 제주뿐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 분포되어 있는데, 이미 육지는 빨간 불이 들어온 비상사태이다. 계속해서 메말라가는 지의류 생태계. 지의류는 지금 마지막 경고이자 마지막 구조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진=EBS1 ‘하나뿐인 지구’ 예고영상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