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최순실로 시작해 최순실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의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라는 표현이 숱한 풍자를 낳으며 올해 최대의 유행어로 기록됐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군대식 말투 ‘~하지 말입니다’와 ‘혼술·혼밥’ ‘뭣이 중헌디’도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올해 최고의 유행어는 단연 박 대통령이 지난 11월4일 2차 대국민담화에서 내뱉은 표현을 풍자한 ‘내가 이러려고 OOO했나’였다. 대통령 담화 직후 이 한마디는 다음날 MBC 예능프로 ‘무한도전’ 우주특집에서 ‘내가 이러려고 지구에 왔나’라는 자막을 시작으로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 회자되며 엄청난 패러디 열풍을 낳았다.
대표적으로 촛불집회에서 “내가 이러려고 국민 했나”를 비롯해 수능시험장에서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에 대해 “내가 이러려고 사학과 나왔나”,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내가 이러려고 청문회 했나” 등 풍자물이 쏟아졌다. 이는 이번 사태를 지켜본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을 꿰뚫는 적절한 비유로 평가되고 있다.
우울한 한국 사회를 대변하듯 혼자 술 먹고, 밥 먹는 ‘혼술·혼밥’ 문화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케이블방송 tvN 드라마 ‘혼술남녀’를 통해 확산된 ‘혼술·혼밥’ 문화는 개인화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이와 현대인들의 생활상을 적절히 반영했다는 평가다. 특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혼술·혼밥’ 열풍은 가속화됐다.
상반기 방영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도 수많은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대표적으로 주인공 유시진 대위(송중기)의 군대식 말투인 ‘~하지 말입니다’는 명대사로 꼽히며 한동안 시청자들의 입에서 되풀이됐다. 영화 ‘곡성’에서 13세 소녀 효진(김환희)이 아버지(곽도원)에게 내뱉은 ‘뭣이 중헌디’도 올해를 장식한 유행어다. 극 중 효진은 신들린 듯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영화 흥행에도 기여했다.
이외에도 브라질 리우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의 “할 수 있다”는 힘든 시기를 보내는 국민들에게 가능성의 힘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서 2위에 오른 김세정의 “꽃길만 걷자”를 비롯해 무한도전의 “히트다 히트”, 워터파크의 TV광고 문구 ‘하태핫태’ 등도 올해를 대표하는 유행어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