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6%로 초라했다. 수출도 좋지 않고 소비·투자마저 얼어붙은 상황에서 그나마 2% 중반의 성적을 이끈 것은 건설이었다.
문제는 올해다. 부동산 경기는 꺾였고 내수는 좀처럼 회복 기미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후 가중된 정치불안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더 얼어붙게 하고 있다. 그렇다고 국가의 재정만을 기대 성장을 끌고 갈 수도 없다. 지난 2015년 말 기준의 국가부채(D3)도 1,000조원을 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64%다. 물론 아직 여력은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돌파하면서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그래서 국가부채를 마냥 늘리기가 쉽지 않다. 자칫 경제를 지킬 마지막 보루마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악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이 통화팽창 정책에서 긴축정책으로 선회함으로써 글로벌 통화정책의 기조가 바뀌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유럽과 일본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글로벌 자금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우리의 금융시장도 그만큼 혼란해진다는 얘기다. 득세하는 보호무역주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당장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했고 우리에게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압박 카드를 내밀 태세다. 전문가들이 올해 우리 경제를 두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가뜩이나 약한 소비 여력 점점 더 위축=민간소비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실질국민소득이 줄어들면서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로 추산되는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소비 활성화 정책 시행으로 여력이 있는 구매자는 제품을 다 샀다는 점도 올해 민간소비 전망을 더 어둡게 하고 있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도 문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내수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지금 시점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소유자의 재산이 줄어들어 소비심리가 악화된다. 또 금리 인상폭만큼 이자상환 부담도 늘어난다. 가계의 소비 여력이 더 줄어드는 것은 수순이다. 이와 함께 주거비 부담 증가, 고령화와 노후대비 부족 등도 지속적으로 가계의 소비 성향을 위축시키는 요인들이다.
◇고용시장은 지난해보다 더욱 악화 전망=산업 구조조정 여파 및 경기 부진세 지속으로 올해 고용 여건 역시 좋지 않다. 조선·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 제조업 부문의 구조조정 여파는 서비스업 부문의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경기가 부진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신규채용을 더욱 줄일 우려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실업률은 상반기 4.4%, 하반기 3.8%, 연간 4.1%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청년들의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34.2%였다. 경제의 활력이 없어지는 가장 큰 이유다. 정부도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기업심리 위축, 창업·투자 부진, 구조조정 등으로 신규 구인수요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 단기 및 중장기 처방 동시 써야=전문가들은 재정확장이라는 단기처방과 일자리 및 가계소득 증대라는 중장기 처방을 동시에 주문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개소세 인하 등의 카드는 이미 썼기 때문에 정부가 올해 단기간 내 할 수 있는 정책은 재정투입뿐”이라며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68%의 재정을 집행한다고 하는데 이것을 상반기가 아닌 1·4분기에 모두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한 단기처방은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고용 인센티브 등의 제도를 활용해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우리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계의 소득을 높여줘야 한다”며 “가계의 소득이 증대돼야 소비도 늘어날 것이고 그래야 내수도, 투자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