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이라크에서 새해 벽두 ‘낭보’를 맞이했다. 한화건설이 이라크에서 진행하고 있는 신도시 사업에서 그동안 받지 못했던 미수금 5억6,000만달러(약 6,800억원)를 수령해 재무구조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룹으로서는 오랜 시간 ‘앓던 이’를 뺀 느낌이다.
한화건설은 2일 지난주 말 이라크 정부로부터 이라크 비스마야신도시 건설공사 대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그간 발생한 신도시 건설공사 미수금 전액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공사대금은 이라크 정부가 신도시 주택을 담보로 국영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지급한 것으로 앞으로도 이라크 정부 예산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수금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번 미수금 수령에 따라 한화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한화 역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한화는 삼성과 빅딜을 통해 방산업체(한화테크윈)와 석유화학업체(한화토탈 등)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178%까지 상승했었다.
이 때문에 김승연 한화 회장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한화가 지난해 9월 말 실시한 3,820억원 유상증자에서 우선주 249억9,000만원어치를 배정 받기도 했다. 우선주는 배당은 더 많이 받지만 의결권은 없는 주식을 뜻한다. 김 회장이 ㈜한화의 소방수로 나섰던 셈이다.
한편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에 약 10만가구의 주택과 약 300여개의 학교, 병원 등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여의도 6배 면적(1,830㏊)에 분당급 신도시를 건설하게 된다. 누적 수주액은 총 101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하며 현재 공정률이 약 30%다. 공사가 끝나면 8개 타운, 59개 블록 834개 동으로 구성된 초대형 신도시가 조성될 예정으로 내전 이후 현대화된 도시로 이라크의 발전된 위상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광호 한화건설 대표는 “이번 공사대금 수령을 통해 한화건설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전폭적인 신뢰를 재확인했다”면서 “공사수행을 위한 인원채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건설인력 고용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유·서일범기자 0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