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올 한해는) 지키고 관리하고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금리정책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시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들과 신년 간담회를 열어 “올해에는 정말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통화정책도) 그때그때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미국 신행정부의 출범을 시작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가속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대선 등 국내 정치 불안 등 대내외 변수가 많다.
이 총재는 “지난해 경제가 어려웠고 한은으로서도 절대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고 돌아본 뒤 “올 한해도 경제가 녹록지 않을 것이다.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개연성에 대해선 “금리 차가 역전돼도 (우리 경제에) 괜찮을지, 안 괜찮을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그는 작년까지 매달 열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올해부터 연간 8회로 축소되는 점을 언급하고 “횟수 축소가 자칫 소통 부족으로 생각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출범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두고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올 수 있으니까 비상계획의 하나로 준비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장병화 한은 부총재는 “2016년 말 금통위가 점검 한 번 했다”며 “원래 마년 점검하기로 했는데 점검해서 스톱하지 않으면 연장되는 거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선봉에 나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위해 마련된 자본확충펀드는 2017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된다.
앞서 이 총재는 시무식 신년사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들이 곳곳에 잠복해 있다며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의 안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상당 기간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금융안정에도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