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기 관리' 합창한 경제수장들 신년사처럼 해라

경제수장들이 신년사에서 한국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한결같이 ‘위기관리’를 꼽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의 ‘마부작침(磨斧作針)’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의 안정을 내세웠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순신 장군의 ‘상유십이(尙有十二, 아직 12척의 배가 있다)’를 인용하며 철저한 위험관리에 나섰고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경기회복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새해에도 경제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위기 방지에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틀리지 않은 판단이다. 한국 경제는 전례 없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칼날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따른 경제보복이 벌어지고 안으로는 저성장 고착화와 눈덩이처럼 쌓인 가계부채, 늘어나는 실업이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이라는 예정된 초대형 이벤트와 광장민주주의로 대변되는 국민의 폭발적 정치참여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가늠하기 힘들다. 악재는 쌓여만 가는데 기업은 움직이지 않고 재정을 통한 처방은 이미 약효를 잃은 지 오래다. 마땅한 대응책이 보이지 않으니 위기의 전이라도 막아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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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다행인 것은 기업들이 새해 들어 조금씩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총수들의 신년사에도 유독 도전과 혁신, 사업구조 변화라는 말이 눈에 많이 띈다. 더는 움츠려만 있지 않겠다는 표현인 듯하다. 하지만 아직은 꿈틀대는 수준이다. 기업이 뛰놀기 위해서는 안전한 놀이터가 있어야 한다. 경제수장들의 새해 다짐처럼 철저한 위험관리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경제에만 집중해 위기극복의 자양분을 키울 필요가 있다. 경제부처들이 더도 말고 신년사처럼만 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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