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경씨의 #오늘도_출근] 매년 작심삼일, 그럼에도 나는 또 다시 펜을 든다



정신없이 1년이 또 흘러 어느덧 2017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이맘때면 팀장님, 동료들과 신년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으며 지난 한해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올해는 얼마나 또 힘들 것(?)이며 앞으로 이 힘듦(?)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끝없는 수다를 이어간다.


“고생했어! 이 대리. 작년엔 우리가 사업 복이 없어서 그렇게 힘들었나 봐~”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발전된 조직일 것이라고, 구성원들도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위안 삼으며 동료에게 ‘신년 계획’에 대해 물어본다.

“김 대리! 올해는 뭐 특별한 신년 계획 있어?”



회사를 5년쯤 다니다 보면 새해를 대하는 직장인의 대응도 각양각색이다.

들어본 적도 없는 새로운 ‘아이템’을 구해 사용하겠다는 사람부터,

“이번에 체력 테스트하는 앱이 하나 생겼는데! 항목이 되게 많아~ 계단 몇 층까지 올라서 숨이 차면 내 나이에 맞는 체력이 어느 수준인지 점수가 나와~ 정말 이거 신기해!”



평소와 같은 ‘쿨함’으로 일관되게 목표도 ‘쿨한’ 사람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뭘 또 물어~ 건강이 제일이야!”



가지각색 꿈을 품고 있다.

아직 어떤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나로서는 동료들이 새해 어떤 꿈을 꾸고 ,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과장님~”

“응 고마워! 서경씨도 새해 복~^^ 올해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네ㅎㅎ 저번에 보니까 금연 시작하신 것 같은데...신년 목표세요?”

“ㅎㅎㅎㅎㅎ(목소리 ‘허허허허’ 웃음)”

“???(설마 벌써....)”

과장님은 그날 오후 부장과 몇 차례 대화를 한 후 옆 부서 최 과장한테 라이터를 빌려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늘 밝고 화창한 모습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박지영 사원은 목표를 정했을까?

그러고 보니 박 사원은 지난해 스*벅* 다이어리를 얻어 내용을 채우는 데 굉장히 들떠 보였다.

“지영씨~ 새해 복 많이 받아! 올해 신년 계획이라도 뭐 있어?”

“대리님! 안녕하세요~ 네 그럼요 올해는 정말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만 목표로 삼으려구요!”

“오 그래?? 열정이 살아있다는 게 대단하네? 뭔데??”

“맨날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과자를 자꾸 먹어서 살이 좀 찐 것 같아요 ㅠㅠㅠ 올해는 군것질 금지!”



단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지영씨가 눈을 반짝이며 자신 있게 말했다.

늘 책상 위에 과자가 있었지만 오늘 책상이 깨끗해진 걸로 봐서 대단한 결심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왠지 불길하게(?) 보이는 음료가 그의 손에 있다.

행여 단 맛이 나는 물건(?)일까 봐 묻고 싶지 않았는데 고백한다.

“뭐~ 캬라멜 마끼아또 정도는~”(찡긋)

지난해말 박지영 씨는 이런 문구를 다이어리에 붙여놨지만 요즘 다이어리를 거의 펼치지 않는다.지난해말 박지영 씨는 이런 문구를 다이어리에 붙여놨지만 요즘 다이어리를 거의 펼치지 않는다.


반면 벌써부터 신년 계획의 ‘무의미함’을 파악하고 일찌감치 목표에 괘념치 않는 동료도 있다.


“조 대리. 새해 복 많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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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ㅋ 감사”

“1월 1일엔 뭐했어?”

“휴일인데 쉬었지. 어쩜 신정이 주말이냐?”

“그러게? 새해 같지가 않네ㅋㅋ 그래도 새해가 되니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은 되더라고”

“어떻게 살긴. 지금처럼 살면 되지ㅋㅋ”

“물론 그렇긴 해~ 뭐 별 탈 없이 말이야?”

“ㅇㅇ 계획 세워봤자 별거 없음ㅋ 스트레스만 받음ㅇㅇ 원래 직장은 영혼 없이 다녀야 제 맛!! 불편의 진리지!”



윽! 이 쿨함!

하지만 내 영혼은 아직 굶주려 있다.

새해가 되어 온갖 기사에서는 “목표를 세우는 직장인은 남다르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하고, 서점 베스트셀러 책꽂이에 가면 꿈, 목표, 이상 등을 주제로 내세운 자기계발서가 끊임없이 출간되고, 난 그 앞에서 절대 초연할 수가 없다.

(도대체 이런 꿈이 있는 직장인들은 다 어디 있는 거야???)

이래저래 생각이 잠긴 서경씨에게 평상시 멋진 분이라고 생각했던 K사 P과장의 연락이 왔다.

“서경씨 올해도 새해 복 많이 받아! 정유년은 더욱 힘차게 도약하자고!”

“아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지난 번에 이런저런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이 열정이 가득하세요?”

“하하 고마워~ 알잖아 나? Stay hungry stay foolish(이 분의 카톡 메인 화면이기도 하다) 난 늘 하고 싶은 게 많아~!”





가끔 이런 분들을 만날 때면 젊은 나이에도 패기가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하다.

같은 직장인으로서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 분들이 있기에 보통 직장인의 삶이 어쩌면 조금은 풍성해지는 걸지도 모른다.

또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것’이 더 많은 직장인 라이프에서 어쩌면 ‘날 위한’ 시간을 내 삶에 채워놓고 살아가는 건 개인의 행복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게 아닐까.

팍팍한 일상 속 나를 찾아가는 일종의 탐험 같은?!

우리는 왜 새해만 되면 무언가 새로움을 기약하는 ‘꿈’을 꾸려고 하는걸까? 새해 결심은 4,0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새해를 맞아 신 앞에서 ‘묵은해에 빌렸던 돈과 물건을 갚는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전해진다.우리는 왜 새해만 되면 무언가 새로움을 기약하는 ‘꿈’을 꾸려고 하는걸까? 새해 결심은 4,000년 전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바빌로니아인들은 새해를 맞아 신 앞에서 ‘묵은해에 빌렸던 돈과 물건을 갚는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전해진다.


의지가 처음과 같지 않아서 늘상 흐지부지되는 신년 계획이지만 난 다시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펜을 잡는다.

모바일 잠금화면 앱 캐시슬라이드가 10~30대 1,025명을 대상으로 ‘신년 다짐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내 의지가 처음과 같지 않아서”가 47.7%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중요한 것은 바로 ‘나의 강한 의지’가 아닐까.

또 시카고 드폴대학교 심리학 교수의 “새해 목표를 다른 사람에게 널리 알리라”는 조언대로 나 역시 내 목표를 주변에 널리 널리 알려보리라!



비록 목표가 흐지부지되더라도!

지금 내 속에 품고 있는 목표가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나는 꿋꿋이 다이어리를 펼쳐 올해 목표를 적어 나가야겠다!

올해는 좀 더 ‘나를 찾는’ 2017년 직장인 라이프(Work&Balance)를 위해!!!



※‘#오늘도_출근’은 가상인물인 32살 싱글녀 이서경 대리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우리 모두의 직장 생활 이야기입니다. 공유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언제든 메일로 제보 부탁 드립니다.



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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