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이 선사할 ‘웅장한 데뷔 무대’에 벌써 클래식 팬들의 마음이 들썩이고 있다. 독일 출신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52·사진)가 오는 20~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낭만주의 시대의 혁명가들’을 통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로 첫 무대에 오른다.
슈텐츠는 이번 무대에서 슈만 교향곡 2번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안드라스 시프, 졸탄 코치슈와 함께 ‘헝가리 3총사’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는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이 곡은 음악 사상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였던 리스트가 자신을 위해 쓴 작품으로, 화려함과 장중함이 녹아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분실 뒤 한 세기 만에 발견된 스트라빈스키의 ‘장송적 노래’가 아시아 초연된다. 스트라빈스키가 스승인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사망 후 헌정한 12분 길이의 관현악곡으로, 러시아 혁명 중 악보가 분실되었다가 2015년 가을 100년 만에 러시아에서 발견됐다. 이 곡이 러시아 밖에서 연주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슈텐츠는 오는 6월 22~23일 브루크너의 영감에 찬 대작 교향곡 7번을 지휘하며 ‘브루크너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발휘한다. 티에리 피셔 역시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5월 12!13일)을 비롯해 하이든·브람스·브루크너·뒤티외·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까지 다채로운 공연으로 포디엄에 오를 예정이다.
서울시향은 앞서 안정적인 지휘자 체계와 악단 역량 강화, 레퍼토리 확장 등을 이유로 ‘수석객원지휘자’ 제도를 만들고, 스위스 출신의 유타 심포니 음악감독 티에리 피셔(60)와 독일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인 슈텐츠를 선임했다.
한편 서울시향은 지난해 36개 공연을 선보인 데 이어 올 한해는 총 50개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의 기획으로 만나는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 노바’가 계속되는 가운데, 3월 24일 상반기 공연에선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고 현대음악의 전설 피에르 불레즈를 기리며 이들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하반기 11월 3일 무대에선 앤더스 힐보리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아시아 초연된다. 걸출한 협연진도 나선다. 전설적인 첼리스트 린 하렐(1월 13~14일)은 그의 연주 인생을 함께해온 작품인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선보인다. ’클라리넷의 여제‘ 자비네 마이어(2월24일)는 서울시향과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으로 호흡을 맞춘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5월 19일)와 클라라 주미 강(9월 8일), 피아니스트 문지영(9월 15~16일)·김선욱(11월 30일~12월 1일) 등도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