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고영혁의 데이터 액션] '75조원 가치' 우버 성공요인은



최근 2주간 베트남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호치민에 일부 머무르며 몇몇 명소들과 맛집들을 다녔는데, 돌이 채 안된 늦둥이가 있어 차량을 주로 이용했다. 호치민에서 오토바이 부대들을 피해가며 렌트카를 운전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택시를 타려다가 지인들이 페이스북으로 우버(Uber)를 추천하길래 2년 전 호주 출장에서 경험했던 우버를 탔다. 5일간 17번을 타 4만 원을 지불했다. 공항을 오고 가면서 짐이 많아 uber SUV를 불러 11만동(1만원)을 두 번 냈고 나머지는 저렴한 uberX로 평균 1,800 원씩 내고 차로 15분 정도의 거리를 이동했다.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기아 모닝 등 경차를 탔다.

한국에서 카카오택시가 흔해졌는데 바로 우버가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2016년 8월 기준 세계 66개국 507개 도시에서 운영되는 우버의 기업가치는 625억 달러(75조 원)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스타트업으로 출발한지 7년만에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우버를 직접 사용해보니 글로벌 대박의 비결을 알 수 있었다. 우버는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는 것은 택시와 같지만 빅데이터를 통해 훨씬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목적지를 설정하면 현재 서 있는 위치나 직접 지정한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차가 근처에 몇 대나 있고 픽업할 때까지 대략 얼마나 걸릴 지 알려준다. 근처 우버 차량들이 어디에 있고 다른 고객을 어디로 태우고 가는 지 등을 실시간 데이터로 추적한 결과다. 목적지까지 대략 얼마를 내면 되는지도 바로 나오는데 흥미롭게도 이 가격이 거리나 시간에 비례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호출하는 상황에 따라 동적으로 변한다. 운전자의 매출 현황과 운전 패턴, 탑승자 근처의 차량 운행 현황, 탑승희망자의 콜 현황 데이터들을 모두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최대한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가격이 그때 그때 결정된다. 탑승자가 차를 기다리고 있는 위치와 타기로 결정한 차가 자신에게 어떤 길로 어떻게 다가오고 있으며 몇 분쯤 후에 도착할지 쉽게 알 수 있다. 양측 휴대폰의 GPS 센서를 통한 위치데이터를 통해 계산이 실시간으로 이뤄져 방향까지 섬세하게 표현된다.


앱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번호판의 차가 눈앞에 서서 창문이 열리며 ‘Are you XXX?’라는 운전자의 말에 ‘Yes’ 라고 답하면 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앱에서 바로 알림을 보내주고 내리면 된다. 결제는 앱에 이미 등록돼 있는 신용카드 데이터를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즉시 자신의 이메일로 결제 영수증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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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탈 때 하염없이 차를 기다리거나 승차거부를 당하기도 하는데 우버는 이런 불편이 없다. 물론 콜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상담원과 이런 저런 말을 해야 한다. 일반 택시를 타든 콜택시를 타든 목적지를 다시 얘기해야 하며 빙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내리면서는 카드나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말이 안 통하는 외국에서 택시를 탈 때는 매우 난감하다.

데이터 액션은 인사이트의 발굴이나 거창하고 복잡한 분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해결해야 하는 구체적인 문제를 어떤 데이터를 사용해서 어떻게 해결하면 될지를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버는 데이터 액션을 잘 한 결과가 얼마나 인상적인지를 또렷하게 말해주고 있다.

고영혁 트레저데이터 데이터사이언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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