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군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대북 확성기 사업의 평가항목 및 배점 한도 작성 단계부터 시험 평가에 이르기까지 각종 의혹에도 군은 지난해 말 대북확성기를 납품받아 운영하고 있다.
군 검찰단은 이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15일 국군심리전단 소속 A상사를 특정업체에 유리한 제안서 평가항목 및 배점 한도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A상사의 상관인 B중령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특정업체의 주식을 매입해 차익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B중령은 11월 23일 불구속 기소됐다.
A상사는 특정업체가 이메일로 보낸 ‘제안서 평가항목 및 배점한도’를 전혀 수정하지 않은 채 B중령에게 보고했고, 작년 4월 입찰공고에 그대로 반영됐다. 특정업체는 ‘품질이 검증된 국산장비의 반영’, ‘작전지역 근거리내 AS센터 및 대리점 보유 여부’ 등 자사에 유리한 항목을 굵은 글씨로 표시해 반영되도록 했다. C업체는 자신들이 요구한 항목으로 평가되면서 무난히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런 비리에도 군은 사업을 계속 추진해 C업체로부터 고정형 확성기 24대와 기동형 확성기 16대를 납품받아 지난해 12월 23일까지 모두 배치했다. 당초 11월 말까지 납품 완료하려던 계획보다 다소 늦어져 14억여원의 지체상금은 부과됐다.
통상 사업 과정에서 비리가 불거지면 사업을 중단하지만, 지난해 8월 국군심리전단에 대해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등 비리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그대로 계약을 진행했다.
성능평가도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국군심리전단은 지난해 9월 20∼21일 특정업체의 확성기가 요구 성능을 충족하는지 판단하기 위한 성능평가를 진행해 합격 판정을 내렸으나 일반적인 평가 환경에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기자단이 입회한 가운데 성능 시험을 치를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특히 대북 확성기 사업 비리에 대해 탈락업체들이 소송을 제기, 민간 법원에서 시정 명령을 내릴 경우 군이 운용하는 확성기의 선정 자체가 문제가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탈락업체들의 고발 건은 현재 중앙지검에서 수사하고 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