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디스플레이 패널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가 장악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중국·대만·일본 기업들이 ‘타도 코리아’를 외치며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해외 기업은 삼성과 LG디스플레이가 OLED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서로가 상대방의 영토를 노리는 ‘치킨게임’이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분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쩐의 전쟁’ 돌입한 OLED=이번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7’에서 소니는 TV용 OLED 패널을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겠다고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장착한 TV 제품을 연간 10만대 수준에서 3·4분기부터 내놓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향후 TV용 OLED와 플라스틱 OLED에 6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TV용 OLED 패널은 지난해 90만대에서 올해 17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올해 5조원 이상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라인 증설 등에 6조4,000억원가량을 투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중소형(스마트폰용) OLED 시장의 98%를 장악하고 있는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OLED 채택을 크게 늘리고 있어 추가투자가 불가피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초 애플과 대규모 플렉서블 OLED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전용공장인 A3공장을 단계적으로 증설하고 있다. 현재 6세대 원판 기준 월 1만5,000장인 A3 공장 생산량을 수년 내 3~4차례 증설해 12만장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올해 OLED 시장규모는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32% 증가한 192억달러에 달하고 출하량 기준으로는 22% 늘어난 6억3,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OLED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BOE는 5.5세대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칭다오 지역에 6세대 플라스틱 OLED 공장을 건설 중이다. 세 번째 OLED 공장도 이달 말 건설에 들어가 오는 2019년 완공하게 된다. 에버디스플레이는 월 1만5,000~2만장 규모로 4.5세대 라인에서 OLED를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6세대 중소형 OLED 공장설립을 확정하고 2019년부터 양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일본도 ‘명가 재건’을 외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재팬디스플레이(JDI)에 750억엔(약 7,630억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하기로 했다.
이번 자금을 OLED 등에 투자해 한국 기업에 대항할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JDI는 소니·히타치·도시바 등 일본 전자업체 세 곳이 패널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한 회사다.
◇중국·대만·일본, “한국 LCD 타도”=한국 디스플레이 타도를 외치는 선봉장은 궈타이밍(郭台銘) 대만 훙하이그룹(폭스콘 모회사) 회장이다. 지난해 인수한 일본 샤프가 삼성전자에 수출하던 LCD 패널도 올해부터는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발 더 나아가 폭스콘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장악한 LCD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중국 광저우에 88억달러(10조6,000억원) 규모의 LCD 공장을 짓기로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광저우 공장은 2019년부터 10.5세대 8K 디스플레이와 스마트TV용 LCD를 제작할 것으로 보이며 연간 생산목표는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LCD 시장은 기존 한국·대만 양강 구도에서 중국이 가세하는 3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대형 LCD패널 점유율은 한국 35.4%, 대만 35.2%에 이어 중국이 25.9%까지 치고 올라왔다. 한국이 8세대 LCD 패널에 멈춰 있는 사이 중국 BOE는 2018년을 목표로 10.5세대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중국 TLC그룹의 자회사 차이나스타도 2019년 가동을 목표로 선전시에 11세대 패널 생산설비를 짓고 있다. 이 생산라인에는 삼성디스플레이도 3,500억원(지분 9.8%)을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