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닭이 울어 해는 뜬다

- 안도현作

0415A39 시로2017




당신의 어깨 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 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 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울었기 때문에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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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

정유년 닭띠 새해가 밝았다. 붉은 볏 달고, 날개를 지녔으나 두 발로 당당히 걷는 닭은 길조다. 홰를 쳐서 어둠을 쫓고 울어 새벽을 부른다. 말은 그래도 동이 터서 닭이 우는 줄 알았는데, 시인은 한사코 닭이 울어서 해가 뜬단다. 세계가 우리를 깨운 게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깨웠다는 것이다. 알 속의 새가 누군가 꺼내 주지 않아도 제 부리로 껍질을 깨고 나오듯이. 우리 모두 하인인 줄 알았는데 주인이라는 것이다. 조연인 줄 알았는데 주연이라는 것이다. 저마다 주인공이 되어서 새 날을 활짝 열어보자는 거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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