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멕시코계 미국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일(현지시간) 멕시코 BBVA방코메르에 따르면 미국 거주 멕시코 이민자들은 지난해 270억달러(약 32조6,700억원)를 멕시코에 있는 가족과 친인척에게 송금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015년보다 20억달러 늘어난 것이다. 같은 날 발표된 멕시코 중앙은행의 통계도 이런 현상을 잘 뒷받침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액은 1년 전보다 25% 급증한 24억달러(2조9,000억원)에 달해 2006년 3월 이후 월간 송금액으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현상은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기간 ‘멕시코 정부가 국경 장벽 건설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을 막겠다’고 공약한 데 따른 결과로 파악된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아직 이민자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송금제한에 대한 우려가 지난해 말 본국에 평소보다 많은 돈을 보내도록 자극한 셈이다.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들의 송금은 멕시코 경제의 버팀목이다. 실제로 지난해 멕시코계 미국 이민자들의 본국 송금액은 멕시코가 2015년 석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185억달러를 크게 웃돈다. 골드만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멕시코 이민자들이 차기 행정부가 들어선 후 송금에 세금이나 다른 제한이 따를 것을 예상해 미리 대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면서 “멕시코 페소화 약세도 송금을 부채질하는 이유”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