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현정택 "G2 리스크 대비.. 통화스와프 확대해야"

[2017 한국경제, 싱크탱크에 듣는다]

<2> 현정택 대외경제硏 원장

현정택 KIEP원장현정택 KIEP원장


올해 한국 경제의 명운을 가름할 과제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정치적 혼란과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재난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이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대외적인 문제인데 주요2개국(G2) 리스크로 대변되는 미국과 중국에서 오는 거센 파고다.

오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감세를 실시하고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미국 국채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통화정책을 맡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올리고 앞으로 매년 3회 정도 더 인상해 오는 2019년까지 3%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이 같은 충격에 취약한 구조를 가졌다. 우리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 국채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한국에서 3조원의 자본이 이탈한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시장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한 후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6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해 1,200원을 넘어섰는데 이런 불안정한 환율변동은 수출에 도움을 주기보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여 투자계획 수립을 어렵게 만든다. 트럼프는 미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흑자를 보는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혀 달러 강세 현상과 모순된 정책으로 갈피를 잡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시행할 통상정책은 더욱 위험하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해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상무장관으로 내정된 윌버 로스와 백악관 무역위원장으로 내정된 피터 나바로도 같은 인식을 가진 보호무역주의 인사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강력한 수입규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그런데 10%를 크게 뛰어넘던 중국 경제 성장률이 7%대를 지나 6%대 수준으로 낮아지고, 특히 경제구조를 내수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대중교역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중국에 부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은 이를 완성해 미국 등 제3국에 수출해왔다. 세계 교역 위축과 중국의 경제정책 전환으로 이러한 패턴은 더 이상 확대되기 어렵게 됐다.

중국의 소재산업 개발 등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중국산 제품이 다른 나라 시장에서 우리 제품과 경쟁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북한 핵을 방어하기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갈등도 대중국 교역확대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우리 경제가 입는 피해도 크다. 현재 중국은 미국이 약속했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태다. 미국도 중국이 밀·옥수수 수입을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제소했는데 이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도 이에 맞서 보복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두 나라와의 교역 비중이 큰 한국에 타격을 줄 것이다.

관련기사



G2 리스크는 강대국의 정치지형 변화나 정책노선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지만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안전판으로 통화스와프를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해 나갈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미국과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이다.

현재 한국은 중국과 600억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으며 일본과는 한때 700억달러 상당의 통화스와프를 유지했으나 종료된 상태다. 지난해 이를 재개하기로 일본과 합의한 후 진척이 없었는데 적극적인 교섭을 통해 스와프 계약을 서둘러야 한다.

미국은 영국·일본·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주요 국제통화와의 스와프 체결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과의 교섭에서 이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올려놓고 그 근거로 경상수지 흑자를 들고 있는데 사실 외환위기를 경험한 한국으로서는 경상수지 흑자라는 범퍼가 있어야 든든하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또 다른 중요한 범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환율조작국 관련 문제 제기에 대한 지렛대로서 통화스와프를 거론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효과를 확대하고 이를 교역 상대국에도 적극 설득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중국 모두와 FTA를 체결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한미 FTA를 통해 세계적인 무역둔화 추세 속에서도 꾸준한 대미수출을 유지했고 미국도 무역적자를 감소시키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트럼프 당선인이 FTA에 대해 유보적인 생각을 가진 것이 사실이지만 한미 FTA 효과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 한국의 투자기업이 3만5,000명이 넘는 근로자를 미국에서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지시켜야 한다. 3월15일 발효 5주년을 맞는 한미 FTA를 더욱 발전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예컨대 법률 등 서비스 시장에 대한 유연성을 확대해 국내 산업 발전과 서비스 교역 확대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다.

발효된 지 1년이 된 한중 FTA도 제한적이지만 교역품목 확대나 중국의 성별 교역 증가 등의 효과를 거뒀다. 앞으로 한중 FTA의 혜택을 서비스 산업과 투자 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타결을 모색해야 하며 트럼프의 문제 제기로 현재 멈춰 있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이 재개될 때를 대비해 필요한 준비를 마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경제통상 외교와 교섭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경제부총리든 산업부 장관이든 대외활동에 나서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개발도상국 장관들과도 만나 우리 입장을 알리고 협력 확대를 위한 방안을 끌어내야 한다. 필요하면 대통령 권한대행도 직접 나서 정상급의 대화를 해야 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와 무역국가인 대한민국이 국내의 정치적 이유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에 공백을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