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17’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혁신’을 키워드로 소비자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는다. 음성을 인식하는 가전이나 딥 러닝을 기반으로 한 생각하는 가전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가 반영된 점도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패밀리 허브 2.0’ 냉장고가 대표적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접목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 이번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음성인식’ 기능이 추가됐다. 요리나 설거지로 손이 자유롭지 못한 주방환경에서 사용자가 음성으로 조리법을 찾아달라고 하거나 부족한 재료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음악 재생이나 주요기능 실행, 최신 뉴스나 날씨 같은 생활 밀착형 응답도 가능하다. 패밀리 허브 2.0은 음성 인식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사용자에게 가장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족별 계정을 별도로 만들어 일정이나 메모를 공유하고 21.5인치 풀HD 터치스크린은 각종 앱을 이용해 태블릿PC처럼 쓸 수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으로 100여개 업체와 파트너십을 확장해 패밀리 허브의 범용성을 강화하고 있다.
TV 부문에서 LG전자가 공개한 3세대 슈퍼 울트라HD TV 신제품이 주목을 끈다. LCD TV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정면과 측면의 색 재현이 미세하게 다르고 빛 반사가 심한 게 단점이었다. LG전자는 자체 나노셀(nano cell) 기술을 접목해 빨간색의 고유한 색 파장에 노란색이나 주황색 등 다른 색의 파장이 미세하게 섞이는 것을 막았다. 1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미세 분자구조를 활용, 색의 파장을 정교하게 조정한 것이 비결이다. 노란색과 주황색의 파장을 흡수해 실제와 가장 가까운 빨간색으로 표현, 색 정확도와 색 재현력을 높였다. 나노셀 기술은 TV 화면에 반사되는 빛의 양도 기존 제품보다 30% 이상 줄여 화면에 비치는 불빛에 방해 받지 않고 TV를 시청할 수 있다.
세탁기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의 ‘플렉스 워시’와 건조기 ‘플렉스 드라이’가 전시된다. 기존 대형 드럼세탁기 상단에 소형 일반 세탁기가 부착돼 있는 방식이다. 소형 세탁과 대형 세탁을 나눠서 할 수 있다. 세탁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슈퍼 스피드나 세제 거품으로 빈틈없이 옷감 사이를 세탁하는 파워폼 등 세탁 과정의 개선도 있다. IoT 연결성이 강화된 ‘스마트폼’ 기능은 시작·중지·모니터링 등 세탁의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
청소기 부문에서는 LG전자가 무선 청소기지만 흡입력은 유선 청소기만큼 높인 신제품 3종(코드제로 싸이킹, 코드제로 핸드스틱, 로보킹)을 선보인다. 특히 로봇 청소기 로보킹에는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딥 러닝(기계가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처럼 학습하는 것) 기술 ‘딥싱큐’와 3차원 레이저 센서를 적용해 장애물 인식과 주행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LG전자는 이외에도 에어컨과 냉장고 등에도 딥싱큐를 적용한다. 소비자가 앉는 위치나 냉장고 문을 여닫는 횟수 등을 학습해 보다 효율적인 전력 사용 등이 가능해진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3세대 퀀텀닷(양자점) TV를 선보인다. 퀀텀닷은 빛을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다. 색을 나노 단위의 정확도로 조절할 수 있어 일반 TV에 비해 5배 이상 정확하고 순수한 색을 구현해낸다. 이번 TV 모델은 기존 1~2세대 때 불렸던 SUHD(삼성전자의 최고급 초고선명 TV 브랜드명)라는 이름 대신 QLED TV로 불린다.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신제품을 공개한다. 새 OLED TV는 벽지처럼 얇으면서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 수 있는 ‘롤러블 TV’ 형태를 띨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 LG전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공항용·청소로봇을 전시한다.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이번 CES에서 아이오닉 EV 자율주행차 시연에 나서고 미래 모빌리티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외에도 안전벨트를 통해 운전자의 복부 비만 여부를 체크하거나 실내 룸미러의 홍채를 통해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헬스케어 기술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