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분석 업체 메디젠휴먼케어(236340)의 신동직(사진) 대표는 요즘 해외 기업·기관과의 만남이 잦다. 해외 러브콜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독자 개발한 유전체 검사 서비스를 대만의 바이오 업체 ‘코아시아바이오텍’에 수출하기로 계약하는 등 성과물도 나오고 있다. 국내 유전체 분석 업체가 해외 기업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자체 제품을 수출하기는 메디젠휴먼케어가 처음이다.
신 대표는 “중국 대형 포털사 등 5~6개 국가 기업·기관들과의 수출 계약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올해는 해외 진출을 본격화해 유전체 분석과 정밀의료 시장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통적인 제약 분야는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지만 정밀의료 분야는 해외나 국내나 똑같이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시장 선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3년 이내 미국 나스닥 상장 등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메디젠휴먼케어는 유전체를 분석해 개인의 신체적 특성과 특정 질환의 발병률 등을 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부분은 ‘다양화된 서비스’다. 메디젠휴먼케어의 유전체 검사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주요 암, 심뇌혈관계 질환 등 80개 질병을 예측 진단할 수 있고 각종 체내대사·피부미용 관련 정보까지 분석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각 개인에게 적합한 건강관리법·운동법도 제시해준다. 의학의 궁극적인 목표인 정밀의료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정밀의료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치료와 처방, 질병 예방책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신 대표는 “분석할 수 있는 범위가 많다 보니 검사 항목을 다양하게 구성해 20개가 넘는 패키지를 만들 수 있다”며 “수요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프로포폴 등 수면마취제 남용을 막기 위해 개인별 적정 사용량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개발했다. 현재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등 12개 병·의원에서 실시하고 있고 올해 200~3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단백질 분석을 통해 정확도를 높인 ‘암 종합진단 키트’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유전체 분석으로 개인별 말라리아 감염 민감도를 측정하는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신 대표는 “남들이 안 하는 새로운 기술,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빠른 검사 시간 등 높은 기술력도 장점이다. 가령 유전체 분석에는 보통 4~8주 정도가 걸리는 데 반해 메디젠휴먼케어의 경우 2주면 가능하다.
그는 까다로운 정부 규제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질병과 관련된 유전체 분석 검사만 의료기관을 통해서 공급하도록 하고 있으며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는 12개 항목만 허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중국 등은 특별한 규제가 없다. 신 대표는 “선진국은 초원에 가축을 방목해 기르고 있다면 우리는 양계장에 가둬 가축을 키우는 격”이라며 “미래 지향적인 안목으로 규제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