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이 동해안을 내려와 이제 남해에 닿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네 번째 코스인 부산광역시와 경상남도 거제시·통영시·남해군을 잇는 ‘섬과 바다’ 코스가 바로 그것이다. 섬과 바다 코스는 바다와 바람이 만든 땅이다. 따뜻한 남해와 남풍이 만나서 만든 절경들이 최고의 여행지를 선사한다. 부산은 자연의 절경과 도시의 빌딩들이 만난 장면이 국내 유일무이의 풍광을 제공한다. 거제와 통영, 남해는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깨끗하고 아름답다. 독자들은 육로로 이동하는 것 외에 바닷길도 이용해보면 진정한 섬과 바다 코스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부산, 달맞이길 오르니 바다·빌딩 환상 조화
◇바람과 바다가 만든 자연=섬과 바람 코스는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길에서 시작된다. 달맞이길은 서쪽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동쪽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와우산 중턱을 연결하는 고갯길이다. 벚나무와 소나무가 늘어선 8㎞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멋진 드라이브 길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보는 저녁달이 아름답다고 해서 ‘달맞이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흔한 ‘해맞이’보다는 달맞이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을 붙잡을 수 있으니 그럴듯하다. 특히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서 본 해운대 풍경은 자연과 인공의 환상적인 조화에 다름 아니다.
달맞이길을 내려가면 바로 해운대 모래사장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해외에서도 유명한 그 해운대다. 겨울 해수욕장은 낭만만 있을까. 아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오는 7~8일 ‘부산 북극곰 수영축제 2017’이 열린다. 얼음이 꽁꽁 언 북극해에서도 여유롭게 수영을 즐기는 북극곰처럼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도 바닷물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축제다. 매년 수천 명이 참가하는 행사로 올해로 30회째를 맞는다고 한다.
바람과 파도는 부산을 이어 경남 거제와 통영, 남해로 이어진다. 바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이다. 거제의 외도와 해금강은 섬 속의 섬이라는 흥밋거리다. 외도는 거제도 본섬에서 4㎞가량 떨어져 있는 섬으로 특이하게 개인 소유다. 주인은 이 섬 전체를 사들여 해상 식물공원으로 꾸며놓았다. 또 해금강은 하천이 아니라 ‘바다(해)의 금강산’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금강산처럼 기암괴석이 즐비한 섬인 해금강은 꼭 배를 타고 나가 섬의 동쪽(육지에서 보는 반대편)을 봐야 한다. 바다와 바람이 만들어놓은 그쪽이 훨씬 멋있기 때문이다. 해금강 본섬과 사자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의 광경은 3월과 10월 두 시기에 진행된다.
섬과 바람 코스는 남해의 금산(704m)에서 마무리된다. 금산은 그 자체로는 높은 산이 아니다. 하지만 바다에 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훨씬 커 보이고 위엄을 갖는다. 산 중턱 보리암에는 국내 3대 해수관음보살상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지는 석상이 있다.
통영, 한산도…관음포…이순신 장군 발자취 따라
◇바다를 지킨 이순신=남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순신이다. 곳곳에 이순신의 흔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영 한산도는 이순신이 임진왜란 때 주둔했던 곳이자 인근 바다는 한산대첩이 일어난 곳이다. 한산도는 수군의 본영이던 제승당을 중심으로 이순신 유적이 꾸며져 있다. 이곳에서 노래한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한산도가)’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유적 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통영 문화동 ‘삼도수군통제영’을 찾아가면 된다. 임진왜란이 끝난 후에 경상·전라·충청의 3도를 관할하는 수군 사령관을 두고 본부를 이곳 통영에 유지시켰다. 바로 삼도수군통제영이다(여기서 현재 통영 이름이 나왔다). 통제영의 건물 대부분은 최근 복원한 것인데 그중에서 ‘세병관’은 1603년 객사의 용도로 처음 지어진 그대로다. 국내에 현존하는 목조건물 가운데 서울 경복궁 경회루, 여수 진남관과 더불어 가장 큰 건물 중 하나다. 현재 국보 305호로 지정돼 있다.
이순신을 추모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남해 고현면의 ‘이순신순국공원’이다. 바로 앞바다인 관음포 해상에서 벌어진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이 적의 흉탄을 맞고 전사했다. 당초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 유허지’라는 이름으로 누각 하나 있던 것을 최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18만㎡ 규모로 공원화했다.
거제·남해, 포로수용소의 숨결 느끼고 독일마을 체험
◇자연과 인공의 조화=섬과 바람 코스는 역사의 현장이자 거친 삶의 무대이기도 하다. 거제 고현동에는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이 있다. 한국전쟁 때 북한군·중공군 포로들을 수용한 포로수용소를 재현해놓은 곳이다. 한때 17만명의 포로들이 있었다고 하니 엄청난 시설이다. 무거운 주제인 만큼 아이들과 방문하기가 썩 내키지는 않지만 우리 현대사의 비극에 관심이 있다면 체험해볼 만하다.
남해의 독일마을은 상대적으로 깔끔하다. 1960년대 이른바 ‘산업역군’이라는 이름으로 독일로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등 독일교포들이 귀국해 정착한 곳이다. 지금은 여느 테마파크에 못지않게 잘 정리돼 있다. 개발시대에 대해 모르더라도 이국적인 풍경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아픈 현대사를 떠나 바닷가에서 남해 사람들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곳도 적지 않다. 통영 태평동 동피랑마을은 국내 대표적인 벽화마을이다. 2007년부터 마을 담과 벽, 길에 그려진 벽화는 마을을 통째로 관광지로 만들었다. 동피랑이라는 이름은 ‘동쪽’과 ‘비랑’이라는 말이 합쳐져서 생긴 것인데 ‘비랑’은 ‘비탈’의 통영 사투리다.
남해 남면의 가천다랭이마을은 최근 TV에 자주 나오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산비탈 급경사지에 100여층의 계단식 논이 조성돼 있다. 이것이 배후의 산과 전면의 바다와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풍광을 만든다. 여기서 ‘가천’은 이 마을의 이름이고 ‘다랭이’는 계단식 논을 말한다. 이 마을은 바다를 끼고 있지만 어촌은 아니다. 바다가 해안절벽이어서 배를 대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을주민들이 ‘먹고 살려고’ 척박한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었고 그것이 지금의 다랭이(명승 제15호)가 됐다.
,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