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반 총장은 앞으로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과는 신년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반 전 총장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 사무총장 공관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귀국 일정을 밝혔다. 그는 “12일 오후 5시 반 아시아나 비행기 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라며 “고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께 10년 간 유엔 사무총장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소감을 보고드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애초 반 전 총장의 소식통들은 그가 15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알려왔지만 반 전 총장은 15일이 일요일이어서 귀국일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어떤 세력과 함께 정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는 답변 드릴 위치에 있지 않다. 서울에 가서 국민의 말씀을 경청한 뒤에 적당한 계기에 결정하겠다”고 답하는 등 앞으로 정치 행보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 탄핵안 통과로 직무정지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과 신년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그는 “직무정지여서 박근혜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반 전 총장은 “귀국해서 필요하다면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에둘러서 자신이 차기 대통령 적임자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정치권의 넓은 연대나 화합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광범위한 사람, 그룹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 뒤 “한국에 어려움이 온 것은 대화를 안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나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인종, 종교, 정치색깔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고 강조한 뒤 “지금까지 경험하고 닦은 것을 한국에서 한번 실천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