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이오대의 야쿠시지 다이조 교수가 쓴 ‘테크노 헤게모니’라는 책을 읽어보면 국가의 번영이나 쇠락은 결국 기술(테크노)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산업혁명 이후 약 400여년간 국제사회를 좌지우지한 것은 정치적 이슈나 철학이 아닌 ‘기술’이었다는 것이다. 대항해시대에 나침반과 범선을 소유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 증기기관으로 산업혁명의 중심이 된 영국, 그 이후 독일과 지금의 미국까지 모든 글로벌 시장의 패권은 기술의 수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지속돼온 ‘미국 기업이 지배하는 세상’이 계속되고 있는 점에는 많은 시사점이 있다. 기술변화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고 있다. 이에 소위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비패권국은 향후 수백 년 동안 새로운 패권을 가져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를 타 본 적이 있는가. 이젠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 사고도 없어질 것이다. 물론 지난해 불의의 인명사고 1건으로 명성에 금이 갔지만 실제 테슬라의 자율주행시스템은 인간이 직접 운전하며 내는 사고 확률보다 충분히 낮다. 이제는 신기술이라는 것이 하나의 보여주기용 과시가 아닌 현실이 됐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의 기술패권은 누군가가 뒤집기에는 너무 격차가 커 보인다. 자본과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가면 더 그럴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이 시대의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진보된 기술을 소유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어쩌면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워런 버핏의 투자철학과는 매우 동떨어진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기술은 변화무쌍하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지도 모르며 또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경쟁기업에 의해 노키아처럼 한순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은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기업들에 주목해야 한다. 비단 미국 기업들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난 6월 메리미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바이두사의 인공지능 비서인 바이두스피치는 전 세계 음성인식 정확성 평가에서 구글과 같은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제치고 1위(정확성 96%)에 오르기도 했다.
과거 전쟁에서의 승리 요인은 어느 국가가 더 기술적으로 발전된 무기를 갖고 있느냐였다. 석기시대 돌도끼는 청동기시대 창칼 앞에서, 때로는 그 창칼이 총포 앞에서, 이제는 어머어마한 살상무기도 해킹 한방으로 무력화되는 세상이 됐다. 구글의 브레인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제프 딘이 언급한 “결국 딥러닝을 선도하는 기업이 모든 산업을 장악할 것”이라는 얘기는 새로운 시대를 투자하고 싶어하는 모든 투자자들이 가장 귀 기울일 만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