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태풍급 저기압이 지난해 북극에서 평균 기온이 20도 이상 오르는 고온 현상을 발생시킨 것을 밝혀냈다.
해양수산부는 4일 극지연구소가 북대서양에서 유입되는 태풍급 저기압(Storm Frank)이 최근 계속되는 북극 이상고온 현상의 주요 원인인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북극에서는 평균기온이 평년(영하 20~25도)보다 20도 이상 높은(영상 0~5도) 현상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북극 고온 현상으로 인해 지구의 인구가 밀집된 동아시아와 북미, 유럽 지역에 한파와 폭설, 폭염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백민 북극해빙예측사업단 박사 연구팀은 해수부 출연 사업인 ‘극지 기후변화·기상재해 예측시스템 개발 및 활용 연구’를 통해 북극 이상 기온 현상을 연구했다. 이 사업은 해수부가 지난해부터 2019년까지 약 60억원의 연구비를 출연해 지원하고 있다. 연구팀은 2015년 말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중심기압 930헥토파스칼(hPa)의 태풍급 저기압이 북극으로 유입되면서 많은 양의 수증기와 열이 공급돼 극단적인 고온 현상을 일으켰다고 규명했다. 중심기압이 낮을 수록 강해지는 태풍의 특성을 감안하면 930hPa의 저기압은 지난 2003년 국내에 130여명의 인명피해와 4조2,000여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태풍 ‘매미’(910~950hPa)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북극 고온의 원인을 북극해의 얼음이 줄어드는 현상 등 북극 내부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던 기존 연구와는 다르다. 연구팀은 북극해 현장 관측 자료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자료를 토대로 북극 외부요인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로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 현상에 대한 이해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해수부는 기대했다.
극지연구소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발생한 저기압의 북극 유입 사례에 대해 추가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앞으로 북극 고온현상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게 연구를 지속할 방침이다.
김백민 박사는 “그동안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북극 온난화의 원인을 북극 안에서 찾아왔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이러한 접근으로는 급격한 고온현상을 설명할 수 없음이 확인됐다”며 “북극 기후변화 이해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잡지인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2017년 1월호에 게재됐다(논문 제목: : Major cause of unprecedented Arctic warming in January 2016: Critical role of an Atlantic windstorm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