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갑작스럽게 공석이 된 유럽연합(EU)본부 주재 대사직에 팀 배로 전 러시아 주재 대사를 전격 임명했다. 영국이 예상외로 발 빠른 행보를 보이자 EU와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을 두 달 앞두고 느끼는 초조함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배로 전 대사를 최근 돌연 사임한 이반 로저스 EU 본부 주재 대사의 후임으로 선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총리실은 “배로 전 대사는 EU를 상대로 영국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폭넓은 경험을 갖추고 있다”며 “노련하고 강경한 협상가”라고 설명했다. 배로 전 대사는 “중요한 시기에 영국을 대표에 대사로 임명돼 영광”이라며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브렉시트 팀에 합류해 영국이 EU를 떠날 때 적절한 결과를 성취할 수 있도록 함께 일하겠다”고 말했다.
로저스 대사의 사임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영국 정부가 후임을 선정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자 EU는 놀란 기색이다. 가디언은 EU에서 “(이번 결정이) 영국이 느끼는 불안감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사에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저스 대사가 부하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보수당 내 강경파와의 마찰이 사임의 이유임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영국이 EU 단일 시장 접근권을 잃는 ‘하드 브렉시트’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가디언은 배로 전 대사가 브렉시트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피력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