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룡 OTT(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사인 넷플릭스가 오는 7일 한국 진출 1년을 맞는다. 애초 우려와 달리 국내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는 모습이지만 올해부터 오리지널(자체 제작 및 독점 공급)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감췄던 ‘발톱’이 드러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5일 앱(애플리케이션) 정보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는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8만3,000명으로 추산된다. 190개국에서 8,6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 명성에 비하면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일반화질(SD)·고화질(HD)·초고화질(UHD) 3가지로 구분해 월정액 무제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격은 SD 7.99달러, HD 9.99달러, UHD 11.99달러다. HD 월정액 서비스 가격에 3,000원 가량 더 내면 케이블TV로 실시간 방송과 VOD(주문형비디오)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해외물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어서 ‘미드 광(미국드라마 애청자)’이 아니라면 마땅히 볼만한 영화·드라마가 없는 점도 한계다. 배두나 등 국내 배우들이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이 일부 있지만, 한국 배우와 배경을 중심으로 제작된 토종 작품이나 인지도가 높은 대중작이 없다.
북미 가입자 정체로 해외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전매특허인 ‘추천서비스’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태훈 프로그램스(영화 추천앱 ‘왓챠’ 운영사) 대표는 “넷플릭스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추천 서비스는 과거보다 매력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본격화되면 넷플릭스가 본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올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내년에는 천계영 작가의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이 첫 국산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된다. 미디어사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성과를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다”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기술력 제고 등에 투자금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고객수가 미미하다”는 외부평가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가입자 유치보다 해외 고객들이 볼만한 ‘한류콘텐츠’ 확보에 주력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