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해외 공장을 본국으로 되돌리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기업 때리기’에 멕시코 페소화 가치가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날 미국 완성차 업체인 포드가 멕시코 공장 이전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전일 대비 2% 하락한 달러당 21.619페소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미 대선이 치러진 지 3일 후 기록했던 달러당 21.3952페소보다 낮아진 것으로 역대 최저치다.
외환시장에서는 페소화 약세가 올 한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자국이익 우선의 보호무역 정책 때문이다. 특히 포드나 캐리어 등 자국 주요 기업의 해외투자 계획이 트럼프 당선인의 반대로 잇따라 무산되고 ‘미 기업들의 멕시코 공장 이전을 막겠다’는 공약이 현실화하면서 페소화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티어리 위즈먼 맥쿼리 글로벌 외환전략가는 “최근 이틀간 외환시장을 움직였던 소식은 포드가 멕시코 공장 이전계획을 철회하고 제너럴모터스(GM)도 고려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라며 “연초까지만 해도 멕시코에 투자하려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이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법적 조치 없이도 내쳐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급해진 멕시코는 친트럼프 성향의 인사를 외교장관으로 임명하며 대응에 나섰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클라우디아 루이스 마시에우 살리나스 외교장관 후임으로 재무장관을 지낸 루이스 비데가라이를 임명했다. 투자은행 출신인 비데가라이 장관은 지난해 8월 트럼프 당선인과 페냐 니에토 대통령 간 비공개 면담을 물밑에서 주선한 인사로 트럼프가의 실세로 분류되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오는 20일 이후 들어설 트럼프 정권과의 대화 촉진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당시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 설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수정 내지 폐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35%의 관세 부과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