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금융 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더욱 옥죈다. 금융회사들이 대출 시 차주에 대한 소득 심사를 강화하고 상환 부담을 꼼꼼히 따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우선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 방식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현재는 일부 자산을 소득으로 전환해주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직전 연간 소득이 DTI 산정의 기준이다. 이에 따라 일시적으로 소득이 늘어난 경우 앞으로 발생할 평균적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일시적 소득은 소득 산정에서 제외하고, 또 과거 연간 소득의 변동성이 크면 일정 수준의 감면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60%인 DTI를 그대로 두면서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차주의 대출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는 올해 중으로 새로운 DTI 산정 방식을 마련한 후 내년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도 금융회사의 여신심사 시스템에 안착시키기로 했다. 해당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과 다른 대출의 이자 상환액을 통해 상환 부담을 평가하는 DTI에 비해 다른 대출의 원금 상환액까지 포함한 DSR는 더 보수적인 평가 잣대다. 예컨대 연간 소득이 5,000만원으로 현재 카드·캐피털사에서 돈을 빌려 연간 원금 1,000만원과 이자 200만원을 갚아야 하는 직장인 A씨는 DTI 한도 60%에 따라 은행에서 추가로 연간 2,700만원가량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비율의 DSR를 적용하면 연간 대출액은 1,8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물론 금융회사들은 자체적인 DSR를 DTI보다 높은 70~80% 수준으로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다른 대출이 많은 차주는 DTI만 적용하는 것에 비해 신규로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 금융위는 올해 중 선진국의 활용 사례 등을 반영한 DSR 표준모형을 개발하고 내년부터는 금융회사들이 이를 반영한 자체 여신심사 모형을 채택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오는 2019년부터는 각 금융회사 전체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DSR를 건전성 유지를 위한 감독지표로 삼아 가계부채 전반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은 늘어난다.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시중 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다 경기 부진마저 겹쳐 서민 가계의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미소금융·바꿔드림론 등 4대 서민금융 상품의 공급 규모를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늘려 67만명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차상위계층 학생에 지원하고 있는 청년·대학생 햇살론의 생계자금 지원 한도가 하반기부터는 8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구직난을 반영해 거치기간(4년→6년)과 상환기간(5년→7년)도 연장하기로 했다. 대학생들의 생활고를 줄여주는 차원에서 햇살론 내에 전월세 임차보증금 지원도 신설된다. 저소득가구 대학생은 4.5% 이하의 금리로 최대 2,000만원까지 보증금을 빌릴 수 있다.
금융위는 또 현재 저신용 장애인으로 한정된 미소금융 생계자금 지원 대상을 장애인과 한부모가정·조손가정·다문화가정·새터민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한 서민가구의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금융회사의 연체이자율 산정체계를 개편해 현재 연 11~15% 수준인 연체이자율의 인하를 유도하고 최대 1년간 경매를 유예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