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슈&워치] 순환출자 없애라면서 지주사 막는 국회

조기대선 앞두고 대기업 때리기...'중간금융지주'도 제동

기업 "동그란 네모 그리라니..." 정치권 이율배반에 한숨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면 국회는 ‘대기업 배싱(bashing·때리기)’에 대한 강한 유혹을 받는다. ‘대기업은 한국 경제의 고질병’이라는 정교한 프레임을 만들어 두들긴다.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이 같은 포퓰리즘이 득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유력시되는 올해도 어김없이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특히 야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투명성을 명분으로 “상호·순환출자를 해소하라”고 목청을 높여왔다. 이런 분위기에 LG·GS가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삼성·현대차·SK·롯데·현대중공업 등도 지주 체제로 탈바꿈하기 위한 내부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순환출자를 해소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국회가 도리어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가로막는 법안들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소야대 정치지형을 활용해 임시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강행할 태세인데 재계는 탄핵정국에서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한 채 한숨만 쉬고 있다. 5일 국회와 재계에 따르면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국회에는 3개 법안이 버티고 있다. 기업이 인적분할을 단행할 때 자사주 분할 신주를 배정하면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29일 발의됐고 지주사 전환시 자사주 분할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개정안도 대기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자사주 분할 신주를 배정하면 법인세를 부과해버리는 법인세법 개정안도 있다. 기업으로서는 2중·3중의 족쇄에 걸려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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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도 산 넘어 산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대기업의 금융회사 보유를 뼈대로 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은 ‘삼성 지원방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보유하도록 허용하되 금융 부문의 규모가 클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의무화해 금산분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국회가 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은 말문이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10대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주사로 전환하려고 전략부서를 중심으로 세부계획을 짜고 있는데 국회가 계속 딴죽을 걸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국회가 ‘동그란 네모를 그리라’고 해서 어리둥절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국회가 지주사 전환요건을 더욱 까다롭게 만들고 있는데 이는 해외 투기세력에 우리 대표기업들에 대한 공격 기회를 제공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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