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약 110만명. 주 거주지는 미얀마 서부 라카인(Rakhine)주. 종교는 이슬람교. 하지만 이들은 미얀마에서 유령 같은 존재다. 정부가 인정한 135개 소수민족 명단을 아무리 뒤져도 존재하지 않는다. 미얀마에서 분류하는 계급인 ‘국민’ ‘준국민’ ‘귀화국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지 여사도 이들을 ‘라카인주의 이슬람 공동체’라고 지칭했다. 아비를 아비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미얀마 주민이되 미얀마 국민이 아닌 존재, 소수민족 ‘로힝야족(族)’이다.
로힝야족은 뿌리부터 논란거리다. 로힝야족은 자신들이 이미 7세기부터 라카인주에서 살아왔다고 주장한다. 788년 라카인 주변에서 좌초된 배에 타고 있던 아랍인 생존자들이 거주를 시작했고 이후 무슬림 인구가 늘면서 종족을 이뤘다는 학설도 제시됐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를 부정한다. 이들은 그저 영국 식민지 시대 인도에서, 최근에는 방글라데시에서 건너온 불법이민자일 뿐이다. 한마디로 자국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 90%가 불교도인데다 식민지 독립전쟁 때 로힝야가 영국 편에 섰던 것이 부메랑이 됐으리라. 대가는 혹독했다. 로힝야는 그들의 언어를 잃었고 1982년에는 시민권까지 빼앗겼다.
이들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12년 6월 라카인주에서 발생한 불교도와 로힝야족 사이의 대규모 충돌(‘6월 폭동’) 때문. 이 충돌로 양쪽에서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0만명 이상의 무슬림 주민이 정부의 통제하에 갇혀 지내야 했다. 이후 미얀마 정부의 탄압과 정부군의 학살극을 피해 수만 명이 땅으로 바다로 안전한 땅을 찾아 난민이 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는 역시 약자인 어린이와 여자들이었다.
5일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등장했다. 진흙탕에 얼굴을 묻고 숨진 생후 16개월 된 남자아이. 미얀마 정부군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향하는 난민 대열에 합류했다가 보트 침몰로 사망한 로힝야족 아이였다. 2015년 터키 해변에서 숨진 시리아 난민 소년 쿠르디를 연상시키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진다. 종교가 달라서, 이념이 달라서 벌어지는 어른의 전쟁에 언제까지 죄 없는 아이들이 희생돼야 하는 걸까. /송영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