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개혁호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끝내 자진 탈당을 거부할 경우 비상대책위와 윤리위원회 구성을 통해 친박 핵심을 축출하려던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구상이 일단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친박 핵심들이 조직적인 보이콧을 펼친 결과 6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인적 청산을 둘러싼 갈등 지수가 임계 수위를 넘어서면서 새누리당의 앞날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인명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오늘의 이 사태가 나라를 망친 패거리 정치의 민낯이 어떤 것인지 국민 여러분께 낱낱이 보여줬다. 안타깝고 한편으로 국민 여러분께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상임전국위 무산을 선언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오후2시부터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윤리위 구성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인 비대위원 선출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전부터 서청원 의원 측에서 친박계 상임전국위원을 대상으로 불참을 회유·종용하면서 무산 위기감이 고조됐다.
전국 시도당위원장으로 구성된 상임전국위원은 총 51명인데 예정된 시각에 모인 인원은 의결 정족수(26명)에 두 명 모자라는 24명뿐이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일일이 전화를 돌려 참석을 부탁하고 상임전국위원 중 한 명인 조경태 의원은 국회 근처에서 막판까지 참석을 고민하던 일부 위원들을 직접 설득하러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1시간 30분여 동안 이뤄진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비대위 인선을 통해 윤리위가 구성되면 인명진 위원장은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최대 1년) △경고 등의 조치를 합법적으로 취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제명의 경우 의원총회를 통해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최종적으로 추인된다.
친박계의 무시하기 힘든 당내 파워를 재확인하면서 인 위원장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 구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인 위원장에게 친박계 실세를 강제적으로 도려낼 방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의 한 측근은 “당분간 인 위원장이 당무 보이콧이나 칩거 등의 형태를 통해 친박들이 제 발로 찾아와 절충점 찾기를 시도하는 그림을 구상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인 위원장의 사퇴 표명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당 원내 지도부는 다음주 상임전국위를 재소집해 인 위원장의 쇄신 방침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한편 서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입장을 보내 “(인 위원장을) 검찰에 고소할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윤리위원회가 구성되면 제일 먼저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이 본인과 최 의원을 압박했다는 점을 들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할복하라”고 말했다며 ‘협박죄’·‘강요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