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그냥 조금 아는 척을 해 봤구요. 이번 ‘서경씨의 소소한 취미생활’에선 최근 본 국내의 ‘여자 영화’ 두 편을 소개해 봅니다. 바로 ‘범죄의 여왕’과 ‘비밀은없다’입니다.
사실 범죄의 여왕은 박지영 원톱 주연의 비중이 커서 벡델 테스트에 통과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친절한 금자씨’ 이후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전 너무 반가웠습니다. 어떤 영화냐구요? 여자들이 나와서 꺄르륵 소근소근 종알종알거리지 않고 마구 밀어붙이는 영화요.
저 어디 한 맺힌 사람은 아닙니다(…). 액션 공포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영화, 기본적인 문화적 다양성(다양성이라고 하기에도 뭣하죠)을 갖춘 영화를 찾는 것 뿐이죠.
범죄의 여왕은 ‘여자 영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너무나도 한국적인 아줌마 탐정이 등장하는데 심지어 매력 터지거든요. 그리고 조연들도 어쩜 하나같이 신스틸러들입니다. 영화의 만듦새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크게 주목은 못 받더군요. 매우 슬펐다능….
범죄의 여왕은 ‘족구왕’에 이은 ‘광화문씨네마’의 세 번째 작품이기도 합니다. 패기 넘치는 신인 영화감독 집단이죠. 족구왕도 너무 제 취향이었고, 전 앞으로 광화문씨네마의 영화는 무조건 볼 예정입니다.
다음으로 ‘비밀은 없다’. 2008년작 ‘미쓰 홍당무’에서 이미 조짐이 보이긴 했지만, 마침내 이런 폭발적인 영화를 만들어낸 이경미 감독느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포스터와 예고편만 보고 별 기대를 안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포스터·예고편은 영화의 100분의 1만 담아놓은 것 같더군요. 게다가 여중생들의 그 미묘한 세계를 저렇게 표현해놓다뇨. 한국 영화상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자는 여자 주인공이 너무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모습이 싫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그 부분은 조금 어려웠습니다. 일단 한국 드라마처럼 울고 소리지르는 난리판이 그냥 본능적으로 싫어서요.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는 손예진느님(…). 그리고 감정적이고 소리지르고 욕하는 막나가는 걸로 따지자면 한국 영화(비슷한 장르를 기준으로)의 남자 주인공들은 거의 다 인격파탄 폭력배들 아닙니까.
이외에 지난해 기억나는 여자 영화로는 ‘캐롤’, ‘매드맥스’, ‘미씽’ 등이 있네요. 많이들 보셨을 거라 믿습니다. ‘미씽’은 어젯밤에 IPTV로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실제로 일부 이주 여성들은 저보다도 더한 고통을 겪기도 하니까요. 주인공이자 한국 여성인 지선(엄지원 배우)마저도 고객사 사장, 시어머니로의 갑질에 시달리는 여성입니다.
조만간 볼 ‘걷기왕’도 기대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거의 아무것도 밀어붙이지 않는(…) 영화라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주말, 좋은 영화 많이들 보시길!